
코스피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긴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거침없이 오르며 3600선도 뛰어 넘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부추기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시나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셧다운 지속화와 관세 문제 등이 단기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코스피의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3%(61.39포인트) 오른 3610.60에서 거래를 마쳤다. 오전과 오후 내내 3600선을 두고 매매공방을 펼치던 코스피는 결국 장 마감을 앞두고 오름폭을 확대, 3600선 위에서 거래를 마무리했다.
3500 찍고 3600 바로 Go…외국인 1조 순매수
이날도 외국인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613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10월 들어 3거래일 동안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5조 넘게 사들였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6031억원), 두산에너빌리티(3762억원), 삼성전자우(2117억원)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이날 각각 5937억원, 5018억원 순매도 했다.
삼성전자가 전일대비 6.07%(5400원) 오른 9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도 8.22%(3만2500원) 상승한 42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창립 42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는 주가 급등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300조원을 넘었다. 종가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311조585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메모리 3사에 월 90만장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요청했다. 이는 이들 글로벌 3사의 현재 월간 총 생산량(약 39만장)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추석 연휴 중 오픈AI와 AMD가 전력적 파트너쉽을 발표함에 따라 미국 주식시장 내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인 것도 국내 반도체 주에 훈풍을 불어 넣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7조였으며 올해 70조원, 내년 95조원이 예상된다”면서 “단순 계산만 해봐도 이번 오픈AI와의 계약(4년동안 100% 가정)으로 기업이익은 연 15~20%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허 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지난 2018년 최고치를 넘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며 “반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4.97% 상승한 7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반기 신규 수주에 힘입어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증권사 호평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0.50%), NAVER(5.73%), 신한지주(0.84%), 삼성물산(2.38%), SK스퀘어(3.78%), 삼성생명(0.57%) 등이 빨간 불을 켰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9.9% 빠진 35만9500원에 거래를 끝내며 전 거래일의 상승분(14.82%)을 상당부분 반납했다.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페스가 5.01% 하락했고 현대로템도 2.62% 내렸다. 이스라엘 내각이 하마스와의 1단계 휴전 합의를 승인 했다는 소식이 방산주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이외에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현대차, KB금융, 셀트리온, 기아 등이 파란불을 켰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1%(5.24포인트) 오른 859.49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하락 반전하기도 했지만 이내 오름세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2386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특히 로보티즈(817억원)와 클로봇(452억원)을 순매수하며 로봇주에 관심을 보였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832억원, 1315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중장기 상승세 지속”...美 정부 셧다운 장기화 등 변동성 요인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시장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라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빅테크 기업인 AI 투자에 따른 반도체 사이클 기대가 주식시장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브리씽 랠리는 과거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기나 코로나19 이후 재정·통화 정책이 동시와 완화되던 시기에 나타난 바 있다. 현재는 금리 인하가 실제로 단행되기 전 선반영된 기대심리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나 연구원은 “앞으로 미국의 셧다운이 장기화해 10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결국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내년 연말까지는 미국 통화정책 완화 기조 강화와 주요국의 재정 확대 흐름이 예상된다”며 “한국 주식과 선진국 주식은 본격적인 실적 발표 기간에 돌입하는 만큼 숫자를 증명해낼 대형업종 위주의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그는 “미국 정부의 셧다운, 주요국 국가 부채 우려, 정치적 불확실성, 지정학 리스크 등 의 노이즈가 남아 있다”면서도 “이로 인한 조정은 투자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휴 직전인 지난 2일보다 21원 급등한 1421.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