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도체 기업인 AMD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오픈AI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미국 AI 생태계 내 기업들이 잇단 대규모 계약을 맺으면서 상호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하나의 충격에 생태계 내 모든 기업들이 흔들릴 수 있는 취약성을 갖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10일 “최근 AI 기업들 사이에 서로의 성장에 기대 성과를 누리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들(오픈AI·엔트로픽·메타 등)은 GPU와 AI 데이터센터를 확보해야 하고 GPU 제조사(엔비디아·AMD)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들(오라클·아마존·구글 등)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들의 성장에서 수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서로 절박한 심정으로 엮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강한 성장이 담보된다면 그 자체로 문제로 볼 수는 없지만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하면 다같이 흔들릴 수 있는 취약성을 갖게 된 건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내 연휴기간 중이던 지난 8일(현지 시간) AMD가 오픈AI에 향후 수 년에 걸쳐 최대 6기가와트(GW) 규모의 GPU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AMD의 차세대 GPU인 MI450 시리즈가 공급될 예정이다. AMD는 이를 통해 향후 4년간 1000억달러 이상의 신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AMD는 AMD 보통주 1억6000주를 주당 1센트에 오픈AI가 매입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를 부여했다. 오픈AI는 ADM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를 때마다 워런트를 행사할 수 있으며 모두 행사하면 지분 약 10%를 확보한다.
김일혁 연구원은 가장 큰 위험요인에 대해 미국 인공일반지능(AGI)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AGI를 향해 가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미국 AI 시장 성장 기대는 크게 움츠러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에이전틱(Agenstic) AI나 피지컬(Physical) AI처럼 이미 성장이 확인되거나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 너머에 추가 성장 동력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두번째 위험 요인으로 미국 AI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AI기업들 사이에 초대형 거래들이 체결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반독점을 경고하거나 AI규제에 나설 마음이 없다”면서 “AI 기술 경쟁을 중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다양한 규제 완화와 지원에도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광대한 부지를 힘격게 확보해도 전력과 물 공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전력 공급 중단, 물 오염, 물 부족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AI데이터센터가 님비(NIMBY) 시설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중국의 견제를 들었다. 김일혁 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상무부는 7개 희토류 원소뿐만 아니라 합금과 영구자석까지 수출을 통했다”며 “반도체용 희토료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서 미국 AI 시장 성장을 늦추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희토류 채굴·제련·가공 등 관련 기술 수출도 통제 대상에 포함시켜서 미국의 희토류 자립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이미 딥시크(DeepSeek)을 통해 미국 AI 스타트업의 숨통을 죄고 있는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미국 AI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을 높이고 속도를 낮추기 위한 견제 전략을 실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