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사평가제도 [WORK & PEOPLE]

직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사평가제도 [WORK & PEOPLE]

기사승인 2025-10-10 11:21:30 업데이트 2025-10-10 11:22:37
윤희준 희망인사노무연구소 공인노무사

최근 들어 많은 기업이 ‘고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몸부림이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성과 지향적인 인사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인사 평가 체계 구축을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많은 직원은 자사의 인사 평가 제도와 평가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회사가 만든 평가제도 자체의 한계와 평가자 개인의 문제가 맞물려 다양한 오류와 부작용을 낳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직원은 신뢰하기 어려운 평가제도에 기초한 ‘성과 중심 인사관리’라는 말 자체가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인사 평가 운영 결과를 보면 다양한 평가 오류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어떤 평가자는 성향상 관대하게 점수를 주고, 반대로 어떤 평가는 유독 엄격하게 평가한다. 또 업무가 바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대부분을 중간에 몰아넣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가 아니라, 어떤 평가자를 만났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문제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식의 주먹구구식 평가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 조직에서는 아직도 승진 예정 직원을 배려한다면서 그에게 유독 후한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성과와 무관하게 평가자의 가치관이나 선호에 맞는 직원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바쁜 일정 때문에 최근 기억에 의존해 대충 평가하는 평가자도 있다. 심지어 평가 항목의 의미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기준에 따라 제멋대로 평가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평가 오류는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하며,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류를 줄이고, 직원들이 자사 인사 평가 제도를 신뢰하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무적인 측면에서 고려해 볼만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먼저 인사 평가 제도를 설계하거나 개선할 때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직원들은 경영자가 일방적으로 만든 제도보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제도를 더 신뢰한다. ②정성적 평가지표가 필요한 평가 항목은 존재한다. 하지만 평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량적 지표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평가자는 가급적 복수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60도 다면평가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면평가의 장점을 일정 부분 반영하여 제도를 설계하면 평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④직원의 실적을 기반으로 한 성과 면담(코칭)을 정례화하고, 그 기록을 평가 자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⑤평가자별로 관대화 또는 가혹화 경향이 뚜렷한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평가 결과를 균질화하는 기법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⑥평가 오류를 줄이기 위해 평가자에게 사전 교육을 하는 것은 너무도 기본적인 조치이다. 

⑦고의로 평가 오류를 발생시키는 평가자는 평가 감사제도를 통해 평가자 그룹에서 제외하거나, 본인의 평가에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는 그 존재만으로도 평가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 ⑧ 평가 결과를 개별적으로 공개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할 것인지 아닌지는 기업 문화나 경영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조직 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평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공개와 이의제기 절차는 필요하다. 

인사 평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회사의 전략을 성취하고 인재를 육성하며 인적자원관리 전반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이러한 인사 평가 제도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행 평가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해 나감으로써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글·윤희준 노무사
희망인사노무연구소 공인노무사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