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치료제가 있다. 방사성의약품이다. 방사성의약품은 기존 항암제보다 표적성이 높아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차세대 암 치료제로 주목받는다.
탁월한 치료 효과로 기대가 크지만, 생산에는 방사선기기와 차폐시설 등 특수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가적 지원 없이는 신약 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생산기술 확보와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위한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도 지난 5월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선정한 ‘바이오 R&D 10대 중점 분야’에 방사성의약품을 포함해 전략적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RI신약센터가 연구개발 지원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에는 산업계·학계·연구소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학계가 이론을 세우고 연구소가 이를 발전시키면 산업계가 제품화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가RI신약센터는 산·학·연을 연결해 개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이음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과 연구자가 보유하기 어려운 핵심 인프라와 장비를 공유하고 공동연구 및 협력 기회를 확대해 방사성의약품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국가RI신약센터는 지난 18일 ‘이음프로그램 제1회 파트너십 심포지엄’을 열어 산·학·연 협력의 출발을 알렸다. 센터는 앞으로도 기업과 연구자들이 방사성의약품 개발 과정 전반에서 필요한 연구와 인프라를 지원하고, 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음프로그램은 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 특히 핵심 장비인 입자가속기를 외부 기업과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점이 특징이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원자로나 입자가속기에서만 생산되므로 원료 생산시설 확보가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좌우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과 연구소는 원자력의학원이 보유한 입자가속기 3기를 활용해 자체 생산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이점을 갖는다.
강주현 국가RI신약센터장은 “이음프로그램은 방사성의약품 인프라를 국내 기업에게 지원하고, 공동연구 및 협력체계를 갖추기 위해 마련됐다”며 “원자력의학원이 보유한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과 연구기관의 연계도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의 벽이 문제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물질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의약품 개발 규제와 방사성물질 관련 규제를 동시에 적용받는다. 연구자들은 이중 규제가 신약 개발 연구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강 센터장은 “방사성의약품의 규제 문제는 학회와 여러 분야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며 “국가RI신약센터와 방사선의학연구소가 협력해 규제기관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신약 개발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음프로그램은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된다. 국가RI신약센터는 참여 기업과 기관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협력 기반을 넓히고, 국내 방사성의약품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강 센터장은 “국가RI신약센터는 이음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 기업을 지원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