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7일 열렸다. 직전까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직을 수행한 김 후보자의 이해충돌 지적이 가장 많이 제기된 가운데, 관세·에너지 등 눈앞에 놓인 현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제헌절 행사 이후인 오전 11시를 넘어 개회됐다. 앞서 여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정회를 반복한 것에 비하면 원활히 진행됐으나, 개회 초기 국민의힘의 ‘청문보고서 채택 일괄 보류’ 방침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질의 중에는 이해충돌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았다. 행정고시 합격 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요직을 거친 그는, 2018년 두산그룹에 부사장으로 영입된 뒤 두산에너빌리티의 마케팅 담당 사장 자리까지 올라 최근까지 재직해 왔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직전 사장직을 내려놓고 본인 명의로 된 두산에너빌리티(6억4227만원) 등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배우자의 관련 주식도 전량 처분했다.
다만 최근까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직접 참여하는 등 업무를 수행해 왔기에, 향후 원전 등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두산이 최근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과 계약한 금액이 9조8000억원에 달하는데, 규정상 (이해충돌이) 아닌 것은 알지만 이해충돌이라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두산이 산업부로부터 직접 26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는데, 전 직장과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지 국민이 궁금해 할 것”이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공직자에 취임한다면 책무와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두산에너빌리티 관련 업무와 연관된 내용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실무에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 에너지 믹스와 더불어 에너지 정책 등 현안 질의가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한미 관세 협상에서 조선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우리 조선업이 가지고 있는 제조 역량이 미국엔 없는 것들이 많아 협업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전을 묻는 질문에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 수소 등 모든 에너지의 믹스가 현실적으로 조화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윤석열 정부 시절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해서도 변함없이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서해안에 있는 재생에너지를 고려했을 때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는 단순 재정 이슈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슈”라며 “만약 취임하게 되면 여야 의원들과 지자체, 관련기관과 함께 (에너지 고속도로를) 잘 만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위기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을 살리기 위해 산업부가 추진하는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정진욱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취임하면 빠른 시일 내 발표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법 개정을 추진해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정부 조직 개편 신중해야, 부모 부당 인적공제 의혹은 사과”
김 후보자는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의 신중론도 제기했다. 앞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을 해수부 소관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는 “굉장히 신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조선업은 단순히 물류·해운만 연관된 것이 아니라 기계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디지털 등 다양한 산업이 얽혀 있는 복합산업이고, 이를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산업부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조선과 해운을 합쳐서 국토부에서 한 적이 있는데, 결국 산업 간 연계성을 놓치는 바람에 조선이 일본에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고, 다만 해수부와의 긴밀한 연계성은 계속 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관련해서는 “산업과 에너지는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된 불가분의 관계”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산업과 에너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개인신상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지적한 ‘부모 부당 인적공제 의혹’과 관련해 그는 “사전에 면밀히 처리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5년치는 자진 납부했으며, 그 이전의 것도 찾아서 어떻게든 납부하겠다”고 답했다.
구 의원실은 앞서 김 후보자가 지난 2020년부터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올려 연 500만원의 인적공제를 받았으나, 부친이 월 250만원가량의 공무원연금 소득이 있어 부양가족 등록을 통한 기본공제 요건인 ‘연소득 100만원’을 초과해 부당한 공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김 후보자가) 25년간 기획재정부 등의 주요 보직을 역임해 왔으면서 어떻게 몰랐다, 송구스럽다고만 할 수 있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지적하고 있는 ‘두산의 성남FC 후원에 따른 보은성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재직 전에 있었던 일이라 해당 내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자녀 병역 회피 의혹에 대해서는 “현역 대기 중 질병 사유로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으며,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