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세~64세 인구 4명 중 1명 이상은 근로 소득과 연금 소득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퇴직으로 근로 소득이 끊겼지만, 국민연금 수령이 아직 시작되지 않아 ‘연금 보릿고개’를 겪는 것이다. 법적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연령 사이 최대 5년의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를 해소하기 위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60세~64세 인구 중 국민연금, 직역연금 등 연금을 받지 않는 미수급자는 237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미수급률이 무려 57.3%에 달한다. 이 연령대는 퇴직으로 근로 소득을 올리지 못하지만,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는 도달하지 못한 이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연금을 받지 않는 60세~64세 가운데 일을 하지 않는 경우는 113만8000명에 달했다. 60세~64세 전체 인구 414만7000명 중 27.44%는 연금 소득과 근로 소득 모두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개시 연령인 63세(2023년 기준) 이전에는 소득 공백에 처한 경우가 더 많았다. 60세~62세의 연금 수급자는 61만900명으로, 수급률이 24.8%에 머물렀다. 연금 소득과 근로 소득 모두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60세~62세 인구는 81만1000명으로, 전체의 32.5%에 달했다.
소득 공백에 놓인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 65세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1969년생 이후부터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어, 60세에 퇴직하면 5년간의 소득 공백을 버텨야 한다.
노후 불안이 높은 사회에서 소득 공백은 치명적이다.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국가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노인 인구 소득빈곤율은 38.2%로, 2020년 기준 OECD 국가 평균인 13.9%에 비해 3배가량 높다. 이는 소득 공백이 발생할 때 버텨낼 여력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저소득 노인들은 ‘조기노령연금’ 제도를 활용해 받을 수 있는 연금을 깎아서라도 앞당겨 받는 실정이다. 조기노령연금은 가입자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연금수급개시연령 전 최대 5년 빨리 연금을 수령하는 제도다. 1년당 6%씩 최대 30%까지 감액된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한 인원 90만9088명 중 53.3%는 전체 소득 평균(A값, 298만9237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소득 공백’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법정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법정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국민연금 수급연령에 맞추겠다고 피력한 바 있다.
전문가는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고령자 고용 정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연금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없는 고령자들이 실질적 사각지대”라며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 등을 포함해 노동시장에서의 고령자 취업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