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첫 여성 총리 ‘초읽기’…자민·유신 연정 사실상 합의

日 첫 여성 총리 ‘초읽기’…자민·유신 연정 사실상 합의

21일 열리는 총리 지명투표서 다카이치 선출 유력

기사승인 2025-10-19 11:18:24
다카이치 사나에. 연합뉴스

일본 첫 여성 총리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집권 자민당(自由民主党·LDP)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이신)가 연립정권 구성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가 21일 열릴 총리 지명 선거에서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19일 교도통신 등 일본 주요 매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는 20일 연립정권 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양당의 연합으로 자민당의 차기 총리 후보 지지가 사실상 굳어지면서, 이번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재가 과반을 확보하고 1차 투표에서 곧바로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26년간의 연정을 이어온 공명당(公明党)이 자민당과 결별하면서 새로운 정치 지형이 조성된 데 따른 것이다. 자민당은 새 파트너로 이신과 협력을 모색했고, 양당의 협상은 최근 급속히 진전됐다. 이신은 오는 20일 의원총회를 통해 연정 참여 방침을 공식 확정하고, 21일 중의원(하원)에서 치러질 예정인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재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231석으로, 중의원 과반(233석)에 근접한다. 여기에 자민당 출신 의장이 가세하면 사실상 과반 확보가 가능하며, 우익 성향 소수정당 참정당의 협력까지 얻을 경우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승부가 날 가능성도 있다. 야당 단일화 협상 역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다만 이번 연정은 초기 단계에서 ‘각외(閣外) 협력’ 형태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이신이 장관을 파견하지 않고 내각 외부에서 정책 실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민당 측이 제안한 ‘각내(閣內) 협력’(각료 참여)을 당장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요시무라 대표는 전날 TV 프로그램을 통해 “정책 실현이 참여 목적이며 입각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신은 자민당이 자당의 핵심 공약인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 등을 얼마나 수용하느냐를 지켜본 뒤 향후 입각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신 내부에서는 각료 경험 부족과 지지율 하락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신의 지지율은 현재 5% 전후로 낮은 편이며, 경험이 부족한 의원이 장관으로 참여했다가 역량이 드러날 경우 향후 정치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카이치 총재는 내각 출범 시 이신 의원을 장관이나 차관직에 기용하지 않고, 대신 엔도 다카시 이신 국회대책위원장을 총리 보좌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총리 보좌관은 총리에게 정책 자문을 제공하고 국정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연합이 일본 정치의 새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명당과 결별한 자민당이 우익 성향의 이신과 손잡으면서 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으며, 여성 총리 시대의 개막이 일본 정치문화에도 상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