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신약 보험등재 여부 등을 결정하는 독립 기구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운영 규정이 바뀌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약평위 위원장 선출을 심평원장이 관여하도록 개정해 공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과거 제약사 로비 사건이 일어난 만큼, 심평원의 영향력을 줄이고 위원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약평위는 국민 약값과 건강보험 재정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기구”라며 “강중구 심평원장이 지난 7월 약평위 운영규정을 개정했다. 원장이 약평위를 장악하려한 건 아닌지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질타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심평원은 약평위원장 선출 방식을 호선(위원 간 선출)제에서 원장 지명으로 변경했다. 또 소위원회 구성과 소위원장 선임 권한도 기존 약평위원장이 아닌 심평원장이 하도록 바꿨다. 인력풀 구성 역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한국병원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가 각각 2명씩 추천하던 약평위원 수가 이번 개정으로 각 1명으로 줄었다.
심평원은 약평위 운영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강 원장은 “약평위 운영 과정에서 회의 참여율과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지적이 있어 이를 보완한 것”이라며 “위원회를 원장이 지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약가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을 최소화하고 논의의 연속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었다”고 말했다.
또 “호선제의 경우 위원 간 일정이 맞지 않아 회의 참여가 어렵고, 특정 직역이 반복 참여하는 문제도 있었다.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며 “전문위원 교체가 잦아 논의의 질이 낮아진다는 의견에 따라 단체 추천 인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왜곡돼 권한 강화로 비친 것은 유감“이라며 ”필요하다면 원래 방식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포함해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심평원 약평위원들이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위원회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산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위원이 신약 보험등재, 약가결정 업무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제약사에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7년 구속기소된 바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평위 2017년 로비 사건 기억나냐”라고 물었다. 이어 “심평원 약평위원을 상대로 한 제약사 금품공여 사건으로 상근위원 2명이 기소되고, 1명이 구속됐다. 당시 위원장 선출 방식을 원장 지명에서 내부 호선으로 바꾼 것은 심평원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그럼에도 올해 다시 원장 지명으로 바꾼 것은 제도 후퇴”라고 비판했다.
이에 강 원장은 “그 사건 이후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계속돼 왔다”며 “위원 구성과 심사 과정은 철저히 분리돼 있고, 원장은 행정 지원 역할만 하며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