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임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관해 강중구 심평원장은 “오래된 사건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당 인사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의 요구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심평원은 박병우 전 연세대 교수를 지난 4월1일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임명했다. 진료심사평가위원은 의료기관 등에서 청구하는 진료비 중 전문의약적 판단을 요하는 진료비에 대한 심사·평가, 심사기준 설정 등 업무를 맡는다.
문제가 된 것은 박 위원이 영남제분 회장 부인인 윤길자씨의 주치의라는 점이다. 윤씨는 지난 2022년 자신의 사위와 불륜관계가 있다고 의심한 여대생을 청부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유방암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형 집행 정지를 받고, 민간병원 호화병실에서 생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샀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은 형 집행정지를 받아내려고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강 원장은 “박 위원을 임명할 당시에는 해당 사건이 10여년이 지났고, 임용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면서도 “현재와 같이 사회적 파장 등으로 문제가 되면 직위해제나 징계처분 등 가능한 조치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거취는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채용 관련해서는 의료법 위반 전력 검증을 강화하고, 의료법 중에서도 특히 진단서 발급 관련해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 이력이 있는 경우는 배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선민 의원이 박 위원의 허위 진단서 발급 이력을 알고도 임명한 게 아니냐고 거듭 질타하자, 강 원장은 “결격 사유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더라도 5년 이상이면 된다고 돼 있어 오래된 사건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년이 지나 자격조건만 갖춰졌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냐”라며 “이런 사람을 진료비가 제대로 청구됐는지 심사하는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데 임명하면 국민들이 다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박 전 교수는 단순히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게 아니라 배임수재 혐의도 같이 받았고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서 3년 동안 의사생활을 못하도록 별도의 징계까지 받았는데, 사정을 알면서도 규정이 비춰봤을 때 문제가 없으니 입명을 했다는 취지로 답변을 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박 전 교수가 그만두든 강 원장이 그만 두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