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은 유리 천장으로 쏟아지는 가을 햇살로 가득했다. 햇살만큼이나 반짝이는 디자인 제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단순한 사물이 아닌, 디자이너의 삶과 철학이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나의 삶을 채울 디자인’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올해로 12년째를 맞은 서울의 대표 디자인 축제, ‘서울디자인위크’가 화려한 막을 올린 현장이다.
이번 ‘서울디자인위크’는 DDP 개관 이듬해인 2014년부터 이어진 대표 디자인 축제다. 올해로 12년째.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 라이프’를 주제로, 디자인이 개인의 삶과 도시 문화 속으로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보여준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개막식에서 “좋은 디자인은 우수한 디자이너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이너들의 시선과 그 결과물이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의 중심은 단연 ‘DDP디자인페어’였다. 입구를 지나면 주제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디자이너 10명이 직접 고른 ‘자신의 취향이 담긴 물건’이 전시돼 있다. 낯선 듯 익숙한 사물 곁엔 짧은 설명글이 붙어 있다. ‘왜 이 물건을 만들었는지’, ‘어떤 생각에서 출발했는지’. 그 문장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제품’이 아닌 ‘사람’에게 시선이 닿는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68개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부스가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인생이 맥시멀리스트 △쉼 예찬론자 △고요한 미식가 △낭만적 실용주의자. 이름만으로도 브랜드 철학이 드러났다. 전시는 무신사 계열 플랫폼 ‘29CM’와의 협업으로 꾸려졌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함께 대중 디자인 전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생이 맥시멀리스트’ 구역 한켠에는 홈패브릭 브랜드 ‘핀카’ 부스가 자리했다. 핀카는 서울디자인재단 산하 ‘서울디자인창업센터’ 입주 기업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오랜만에 오프라인 고객들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며 “창업센터 입주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했는데, 이번 행사에 초대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용한 음악이 깔린 전시장을 따라 걸어가면 젊은 디자이너들의 열정이 묻어나는 ‘영디자이너 특별관’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전국 19개 디자인 전공 대학생 팀이 기업들과 협업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농심, LG전자, GC녹십자웰빙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들과 함께 약 4개월간 진행된 산학협력 프로젝트다.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한 학생은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시각을 배웠다”며 “학교 밖에서 더 큰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길영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장, 박준모 무신사 대표,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 등 디자인·산업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도시 정책에 디자인을 접목하고 시민의 일상을 디자인 언어로 번역한 ‘디자인서울’ 비전을 시작한 지 20년이 흘렀다”며 “서울은 이제 디자인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디자인위크가 서울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약속의 무대가 되길 바란다”며 “디자인으로 더 행복하고 삶의 질 높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