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혈관외과 교수팀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복부 대동맥류 환자 수가 13년간 약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복부 대동맥류는 복부의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파열 시 대량 출혈로 이어져 생명을 잃을 수 있어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주된 위험 요인은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이 있으며 고령 남성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증상은 대부분 파열 직전이나 진행된 상태에서 나타나 조기 진단이 어렵고, 정기 검진을 통한 선제적 발견이 중요하다.
조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와 통계청 사망원인 자료를 활용해 환자 수, 수술 방법, 사망률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0년 약 4000명이던 환자 수는 2022년 1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파열 전 발견된 비파열 대동맥류 환자가 크게 늘었으며, 환자의 다수가 7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유병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료 방법의 변화도 뚜렷했다. 전통적인 개복수술(OAR)에 비해 절개 범위가 작고 회복이 빠른 스텐트 시술(EVAR)의 시행 횟수는 2.68배 증가해 2011년부터 개복수술을 앞질렀다. 이와 함께 비파열 대동맥류 환자의 연간 사망률도 1.4%에서 0.7%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80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도 스텐트 시술 비율은 2010년 14.5%에서 2022년 30.8%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조 교수는 “스텐트 시술 확산이 비파열 대동맥류 환자의 생존 개선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고령화가 심화되는 만큼 인과관계 검증을 위한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 혈관이 파열된 환자의 사망률은 같은 기간 약 35%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파열 이후에는 생존율 개선이 어렵다는 점에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단히 진단할 수 있으며, 파열 전 치료 시 사망 위험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연과 고혈압·고지혈증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고위험군 고령자의 정기적인 검진이 생명을 지키는 핵심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