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장에도 중소형 증권사 쓴웃음…양극화 현상 ‘심화’

증시 불장에도 중소형 증권사 쓴웃음…양극화 현상 ‘심화’

기사승인 2025-10-16 06:00:26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역대급 상승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소형사는 오히려 쓴웃음을 짓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다수 투자자 고객을 확보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대하는 것과 상반된 양상이다. 이에 따라 고질적인 문제점인 미약한 영업기반 제고를 위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말 2399.49에서 전날 종가 기준 3657.28으로 56.32% 급등했다. 특히 코스피는 전날 장중 3659.91까지 치솟아 52주 최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코스피는 전날 상승세로 장중과 장 마감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신정부의 증시 활성화 중점 경제 정책 모멘텀과 반도체 대형주 중심 펀더멘털 개선이 상승세를 견인한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상승세는 국내 증권사에게 대형 호재로 작용한다. 증시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대거 진입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성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실제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3분기 기준 2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23조6000억원) 대비 크게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14일 일평균 거래대금은 당일 기준 3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아울러 거래대금은 단순 위탁매매 수수료 외에도 주식자본시장(ECM)과 신용융자 등 다양한 수익성의 기반으로 작용해 다수 영업부문의 업황 호조도 누릴 수 있다.

국내 대형사들은 국내 증시 훈풍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5개 대형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KB증권)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 합산은 3조6915억원이다. 전년 동기(2조3925억원) 대비 24.55% 상승한 수치다. 

특히 대형 증권사는 올해 역대 최대 이익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21년 동학개미 열풍과 폭넓은 유동성, 부동산 금융 확대로 달성한 최대 실적을 가뿐히 넘길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 NH투자, 삼성증권의 올해 연결기준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1조5048억원, 1조1422억원, 1조2416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상반기에 영업이익 1조1479억원을 달성해 1조클럽에 먼저 입성했다. 미래에셋·NH·삼성·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1조클럽을 달성한 바 있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들에 웃음이 가득한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는 동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형사와 달리 실적 제고 상승률이 미비한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중소형 증권사인 현대차증권, SK증권, 한양증권, 다올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5개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2170억원이다. 가파른 실적 제고를 시현했던 지난 2021년 상반기에 기록한 합산 영업이익 3839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이 대형사와 달리 과거에 못 미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리테일 분야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리테일 규모의 격차에 증시 훈풍에 따른 수익성 증대 효과는 미비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대형사 수수료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반면, 중형사는 7%,소형사는 4%에 그쳤다. 근본적인 사업부문별 영업기반에 따라 수수료수익이 양극화되는 모습”이라며 “거래대금 증가, 핀테크 증권사 약진이 중소형사의 위탁매매 영업기반 훼손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각 사별로 특화된 사업부문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리스크로 작용하던 부동산 PF 충당금 문제는 대부분 완화되고 있지만,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 중소형사별로 경쟁력 가진 사업 부문의 성장세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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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