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소변검사 뒤에 숨은 수십년 관행에 칼 빼든 정부…‘분리 청구제’ 도입

혈액·소변검사 뒤에 숨은 수십년 관행에 칼 빼든 정부…‘분리 청구제’ 도입

기사승인 2025-10-14 08:23:32 업데이트 2025-10-14 20:44:27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첫걸음인 피검사와 소변검사의 수십 년 묵은 관행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검체검사 위탁검사관리료(이하 위탁관리료)를 폐지하고, 위탁기관(병의원)과 수탁기관(검사센터)이 검사 비용을 각각 청구하는 ‘분리 청구’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 제도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이르면 다음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 동안 병의원과 검사센터 간의 고질적인 비용 정산 관행이 문제가 돼 왔다. 현재 건강보험은 혈액검사 등에 드는 비용(검사료)의 110%를 검사를 의뢰한 병의원에 지급한다. 

병의원은 이 중 10%의 관리료를 제외한 100%를 검사를 진행한 검사센터에 보내주는 게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검사센터가 병의원과의 계약을 위해 이 검사료의 상당 부분을 할인해주거나 계약에 따라 일부를 되돌려주는 방식이 시장의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관행은 검사 품질 저하라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무리한 비용 할인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검사센터들이 최신 장비 도입이나 전문 인력 충원 같은 재투자에 소홀해질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노후 장비로 검사가 이뤄지면서 정확도가 떨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정확한 진단 결과를 받을 수 있는 환자에게 돌아갈 위험이 상존해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추가로 주어지던 10%의 위탁관리료 조항을 없애고, 총 지급액을 100%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또 이 100%의 비용을 병의원과 검사센터가 각각 정해진 비율만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직접 청구하도록 했다.

복지부 측은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제도 개선 후에도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까지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의료계는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는 약속을 깨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며 신뢰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문제의 근원은 검사센터들의 과열 경쟁인데, 정부가 그 책임을 병의원에 전가하며 전체 의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계는 현재의 관리료가 피를 뽑고 검체를 보관하며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데 드는 행정 비용과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수가라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수가 체계를 바로잡지 않은 채 제도를 바꾸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처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이어진 기형적인 정산 구조 속에서 검사의 질 저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의료계 내부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자정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검사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정부의 개혁 의지가 의료계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
정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