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재팬 메가 코스메랜드, 참여 브랜드 2배 급증
‘K-푸드·팝’까지…K-컬처 시너지로 접점 확대
기사승인 2025-10-10 06:00:13
한때 일본을 찾은 한국인들이 화장품을 ‘쓸어 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풍경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아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고, 또 일본 현지에서도 K-뷰티를 찾아 나섭니다. K-팝과 드라마로 되살아난 한류 열기 속에서 한국 화장품은 ‘문화’이자 ‘취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쿠키뉴스는 도쿄 현지에서 직접 확인한 일본의 K-뷰티 열풍, 그 현장을 3편에 걸쳐 전합니다. <편집자주> 4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메가코스메랜드 행사장으로 일본 관람객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심하연 기자 “지금 제 파우치에 있는 화장품 대부분은 한국 브랜드예요. 주변에도 한국 화장품이나 K-컬처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어요.”
4일 이른 아침,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 내부가 연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이날부터 이틀 간 열리는 큐텐재팬의대규모 오프라인 뷰티 페스티벌 ‘메가 코스메랜드 2025(MEGA COSME LAND 2025)’ 현장이다. 행사 측이 제공한 연보라색 가방을 들고 입장하는 관람객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도쿄 한복판에서 열린 이번 행사의 부스는 대부분 한국 화장품 브랜드로 채워졌다. 올해 메가 코스메랜드 참가 브랜드는 지난해 30개에서 54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가운데 51개가 한국 브랜드였다. 아누아·라네즈·티르티르·VT코스메틱·스킨1004 등 K-뷰티 대표 브랜드가 총출동했고, 사전 응모자가 20만 명을 넘기며 일본 MZ세대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도쿄 메가코스메랜드 현장에 모인 관람객들의 모습. 심하연 기자 성분·트렌드 맞춤 준비…日 소비자 겨냥 K-뷰티 전략
각 브랜드들은 일본 소비자 취향을 겨냥한 현지 맞춤 전략으로 부스를 운영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뷰티 브랜드 아누아(Anua)는 올해 현지 맞춤 전략을 한층 고도화했다. 현장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본품 증정과 인기 성분 제품을 대폭 늘렸다”며 “일본에서 특히 수요가 높은 비타민 C, 히알루론산 세럼, 진정·보습 성분 위주의 라인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밝혔다.
일본 온라인 매출의 70% 이상이 큐텐을 통해 발생하는 만큼, 아누아는 행사 전부터 큐텐 내 리뷰와 검색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일본 소비자가 선호하는 텍스처·흡수감·향 등을 반영했다.
도쿄 코스메랜드에 마련된 어뮤즈 부스. 심하연 기자 어뮤즈(AMUSE)는 올해 처음 메가 코스메랜드에 합류했다. 어뮤즈는 체험 동선이 길어지지 않도록 동선을 최소화하고, 인기 틴트·블러셔 등 신제품을 직접 발라볼 수 있도록 부스를 구성했다. 부스 내부는 과일에서 영감을 받은 다채로운 컬러를 조색해 파스텔 톤으로 꾸며 일본 소비자들이 ‘포토존’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어뮤즈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색조 화장품 시장이 여전히 탄탄한데, 특히 아이브 장원영을 모델로 세운 뒤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유이크(UIQ)는 K-뷰티와 K-팝의 연결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보이그룹 라이즈(RIIZE)와 2년째 파트너십을 이어가며, 데뷔 전부터 아이돌 팬층을 선점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유이크 관계자는 “라이즈와 협업을 통해 단순 화장품 이상의 ‘팬덤 굿즈’처럼 소비자와 정서적 유대감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코스메랜드 유이크 부스에 방문한 케이코(30·여)씨가 보이그룹 라이즈(RIIZE) 등신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심하연 기자 케이팝·푸드와 한데 섞인 K-뷰티 페스티벌…문화로 묶이는 소비
K-팝과 드라마·푸드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했던 일본 소비자들은 이제 ‘뷰티 자체의 경쟁력’에 주목하며 지갑을 열고 있다. 이날 부스를 찾은 케이코(30·여)씨는 “라이즈를 좋아해서 유이크라는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지금은 제품력이 우수해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오리(28·여)씨도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구독하던 유튜버의 추천으로 사용해봤는데 내 피부에 잘 맞아 1년째 쓰고 있다”고 했다.
메디큐브 부스를 찾은 나미(가명·23·여)씨 역시 “아이브 장원영이 광고하는 메디큐브 에이지알을 보고 샀다”며 “메디큐브의 신제품을 직접 체험하러 왔다. 디바이스와 함께 쓰면 좋은 기초 제품들을 추천받아서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가 코스메랜드 행사장에 마련된 K-푸드 팝업 존. 심하연 기자 행사장 내부는 단순한 K-뷰티 전시를 넘어 K-팝·K-푸드·드라마까지 한데 어우러진 한류 체험 공간이 됐다. 현장에는 삼양·농심·CJ 미초 등 K-푸드 브랜드 부스도 함께 마련됐다. 평소 한국 라면을 즐긴다는 일본인 관람객 유시(31&가명)씨는 “처음 보는 제품을 직접 받아볼 수 있어 좋았다”며 “라면뿐 아니라 새로운 한국 음료 브랜드까지 소개돼 K-푸드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K-팝과 드라마를 보며 한국 문화에 친숙해졌는데, 이렇게 한 자리에서 맛보고 체험하니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이베이재팬 김재돈 마케팅 본부장은 “메가 코스메 랜드는 단순한 뷰티 홍보 행사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K뷰티 브랜드와 제품을 직접 체험하며 즐기는 일본 대표 뷰티 페스티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여 브랜드 수도 두 배 이상 늘었고,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해 메가데뷔를 통해 일본 시장에 첫 진출한 신생 인디 브랜드까지 다양한 K뷰티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온오프라인에서 K뷰티와 일본 소비자들의 접점을 확대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