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에 웃고, 지출에 울고…‘알뜰 추석’ 찾는 시민들

긴 연휴에 웃고, 지출에 울고…‘알뜰 추석’ 찾는 시민들

기사승인 2025-10-03 06:00:13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19일 경기 부천시 원종종합시장에서 한 시민이 파를 들어보고 있다. 유희태 기자

최장 열흘에 가까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쉴 땐 좋은데 지갑은 얇아진다’는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부모님 용돈과 지인 선물 등 관례적인 지출은 줄이기 어렵고, 긴 휴일 동안 나들이·외식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연휴가 긴 건 좋은데 여기저기 돈 나갈 일이 걱정” “일은 많이 쉬어 좋은데 그만큼 써야 하네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추석 지출 계획’ 조사 결과, 올해 추석 예상 지출은 평균 71만23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56만3500원)보다 26.4% 늘었다. 응답자의 62.4%는 지난해보다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86%는 긴 연휴로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세대별로는 40대 부담감이 71.1%로 가장 높았고, 20대는 38.6%로 가장 낮았다. 지출 항목에서는 ‘부모님 용돈·선물비’가 평균 38만6100원으로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물가 상승도 부담을 키운다. 2일 발표된 국가데이터처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지수는 117.06으로 1년 전보다 2.1%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는 4.2% 뛰어 전체 물가를 0.36%포인트 끌어올렸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보다 2.5% 올랐다.

자영업자인 김모(50대)씨는 “경기가 안 좋으니 추석 비용이 더 부담스럽다”며 “지난해보다 30%는 더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예승(34)씨는 “이래저래 나갈 돈이 많아 이번 명절에는 용돈은 못 드리고 떡값 보태 선물만 했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19일 경기 부천시 원종종합시장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시민들도 나름의 절약 전략을 세우고 있다. 주부 이윤경(40대)씨는 “연휴 한 달 전부터 얼마 나갈지 계획하고, 선물 돌릴 사람을 줄였다”고 전했고, 직장인 나영은(30)씨는 “옷을 안 사거나 약속을 줄여 부모님께 드릴 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민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정부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물가 잡기에 나선다. 성수품 20대 품목 공급을 평시보다 1.5배 이상 확대하고, 900억원 규모의 할인쿠폰을 지원해 가계 부담을 직접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갑 닫고도 명절을 풍성하게 보낼 수 있는 무료 문화 행사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3일부터 9일까지 경복궁·덕수궁·창경궁·창덕궁(후원 제외) 등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개방한다. 순수공연예술축제인 ‘서울어텀페스타’가 4일 서울광장서 개막하며, 6~8일 서울광장 및 청계천에서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열린다. 자세한 건 서울문화포털을 참고하면 된다.

긴 연휴로 소비 부담은 커졌지만, 시민들은 선물 규모를 줄이거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등 각자 전략을 세우며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한 할인 혜택과 무료 문화 행사까지 더해지면서, 지출은 최소화하면서도 명절 분위기를 즐기려는 ‘알뜰 추석’ 풍경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