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스트홈 테스트베드는 고객 맞춤형 공간 설계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욕실을 몇 개를 둘지, 방의 개수나 크기를 어떻게 구성할지 등 거주자가 ‘이 집의 주인’으로서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삼성물산 관계자)
2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에 위치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의 넥스트홈 테스트 베드(실증 공간)에 방문했다. ‘넥스트홈’은 삼성물산이 기존 획일적인 세대 내부 구조에서 벗어나 입주민의 개별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미래 주거 모델을 구현해 놓은 공간이다.
그동안 국내 아파트는 양적 공급에 치중한 나머지 거주자나 지역 특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해결책은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것 뿐. 이는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적 부담을 불러왔다. ‘넥스트홈’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의 결과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벽‧가구 자유롭게 이동 가능
안내를 받아 들어선 첫 공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움직이는 벽이었다. 건식 벽체 시스템 ‘넥스트 월(Next Wall)’은 ‘고정돼 있다’는 벽의 개념을 깨뜨렸다. 모듈형 조립식 구조 덕분에 입주민이 마음대로 벽을 옮기고 고정할 수 있다. 거실을 크게 쓰고 싶으면 벽을 옮겨 방을 줄이면 되고, 아이가 생기면 다시 방을 분리해 만들 수도 있다. 벽 마감재 역시 탈부착이 가능해, 집 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간단히 교체할 수 있었다.
가구도 달랐다. ‘넥스트 퍼니처(Next Furniture)’는 그 자체로 벽이 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구획을 나누는 가구가 되기도 한다. 모터가 장착돼 손쉽게 밀고 이동할 수 있었는데, 기자가 직접 밀어본 순간 ‘벽이 이렇게 가볍게 움직여도 되는 건가’ 하는 의구심과 동시에 ‘생활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교차했다.
스마트 AI 조명도 체험해봤다. 방 안 조명은 외부 채광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자동으로 밝기를 조절했다. 커튼을 걷자 조명이 스르르 어두워지고, 다시 커튼을 치자 은은히 밝아졌다. 단순히 전등 스위치를 켜고 끄는 차원을 넘어, 생활 패턴에 맞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었다.

화장실‧부엌 위치 바꿀 수 있어
화장실‧부엌에서도 변화를 찾을 수 있었다. ‘넥스트 플로어(Next Floor)’ 덕분에 욕실과 주방 위치조차 입주자가 선택할 수 있었다. 바닥 하부에 배관을 설치하는 신공법을 적용해 물이 필요한 공간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구조다. 아파트에서 화장실과 부엌이 고정된 공간이라는 기존 상식을 뒤엎는 방식이었다.
삼성물산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 기술은 단순히 위치 이동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시공 기간 단축과 층간소음 저감 효과까지 거둔다. 실제로 층간소음 측정 기준이 37dB인데, 넥스트 플로어는 33dB 수준으로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 모듈을 이동해 설치만 하면 되기 때문에 폐기물 발생이 적어 환경오염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욕실 역시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넥스트 배스(Next Bath)’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현장 수작업 특유의 편차를 없애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공정도 빨라진다고 했다. 현장에서 직접 본 욕실은 정밀하게 마감돼 있었고, 위치를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편의성이 한층 높아 보였다.
이날 둘러본 결과 아파트라는 공간의 변화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 처럼 거주자가 집의 주인으로서 원하는 구조와 생활 방식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삼성물산은 ‘넥스트홈’의 핵심 기술들을 실제 현장에 순차적으로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이미 혁신은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준공된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와 9월 준공된 래미안 포레스티지 공용 공간에 넥스트 배스와 넥스트 플로어가 시범 적용됐다. 또 넥스트 퍼니처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시공권을 확보한 용산 남영2‧한남4, 서초 신반포4차, 개포우성7차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