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돕겠다더니”…美 사례가 던진 배달 수수료 상한제의 역설

“소상공인 돕겠다더니”…美 사례가 던진 배달 수수료 상한제의 역설

한국유통학회, ‘플랫폼 시대, 유통산업 대전환과 공정경쟁의 원칙과 방향’ 세미나
“상한제, 플랫폼 참여자 부담 전가 불가피…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美 배달 수수료 규제 부작용…“본래 취지 잃고 추가 규제 논의될 수도”

기사승인 2025-09-25 18:30:51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둘러싼 입법 논의가 확산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소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소상공인의 고충이 커지면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둘러싼 입법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와 학계에서는 단기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플랫폼 구조와 시장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먼저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적용한 미국의 사례 역시 일률적 규제의 한계를 보여주며, 플랫폼 생태계를 반영한 유연한 접근 필요성이 강조된다.

25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유통학회 세미나에서는 ‘플랫폼 시대, 유통산업 대전환과 공정경쟁의 원칙과 방향’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정책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장기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본래 취지와 달리 플랫폼 참여 집단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유석 동국대 교수는 “단순히 수수료율을 낮추면 기업 수익성이 하락하고, 그 부담이 소비자나 라이더, 나아가 소상공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플랫폼이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 요금을 인상하면, 소비자는 전화 주문이나 프랜차이즈 자체앱을 이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라이더의 주문량 감소·배달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원인으로 배달앱의 구조적 특성을 꼽았다. 그는 수수료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0에 가까운 한계비용 △충분한 시장점유율 △강력한 규모의 경제 효과 등이 필요하지만, O2O 서비스인 배달앱은 다면적 플랫폼 비즈니스 구조 탓에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O2O 서비스 특성상 라이더 시스템 등 오프라인 비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해 ‘규모의 경제’가 아닌 ‘규모의 비경제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석 동국대 교수가 25일 한국유통학회 세미나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배달앱 시장 구도를 단순히 ‘점주 대 플랫폼’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다수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생태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명균 호서대 교수는 “배달 플랫폼 기업은 점주들과 플랫폼 기업 간의 1대 다수의 갈등이 아닌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엮인 생태구조인 ‘다대 다’ 구조로 플랫폼 생태계를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논의가 이뤄지면 안된다”며 “소상공인은 보호하면서 대형 플랫폼의 혁신과 확장을 보장하는 균형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일률적인 상한제보다는 차등적이고 조건부 규제의 가능성이 있는 샌드박스 제도나 동적 규제 등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 상한제는 단기적으로는 점주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풍선 효과를 통해 점주, 라이더,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도 있다”며 “단순한 가격 규제가 아닌 혁신을 보장하면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의 규제가 필요해보이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美 사례, 수수료 상한제의 부작용 경고”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먼저 도입한 미국 사례도 언급됐다. 미국은 2020년 4월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여러 도시에서 해당 규제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 음식점을 지원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나 대기업을 제외한 개인 음식점에 한해 배달 수수료를 음식값의 15%로 제한한 것이다.

소상공인 보호를 취지로 도입됐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인 음식점의 주문 건수와 매출은 오히려 동반 하락한 반면, 프랜차이즈 매출은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로 인해 플랫폼에 대한 추가 규제가 거론되는 등 규제의 연쇄 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박성호 서울대 교수는 “미국은 개인 음식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규제를 도입을 했는데 개인 음식점들의 매출이 더 떨어진다 결과들이 나왔다. 수수료 상한이 적용된 개인 음식점이 배달앱 내에서 덜 추천이 되는 등 마케팅 측면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변화가 생겼다”며 “추가적인 규제 논의가 꼬리를 물게 됐고 개인 음식점이나 플랫폼들은 이런 규제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소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유석 동국대 교수는 “배달앱 입장에서는 음식점 별로 수수료 차이가 있으니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수수료가 높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의 노출을 강화하는 등 차별적인 대응을 했다”며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은 수익성을 낮추는 외부의 영향에 그 수익을 만회하기 위한 다른 대응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