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무관세 시대 임박…유업계, ‘프리미엄·다변화’로 생존 모색

우유 무관세 시대 임박…유업계, ‘프리미엄·다변화’로 생존 모색

기사승인 2025-09-25 06:00:15
소비자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되면서 국내 유업계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멸균우유처럼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제품이 대거 유입될 경우, 단순히 ‘신선도’만으로는 방어가 어렵다. 이에 따라 업계는 가격 경쟁 대신 특수우유·건강기능성 음료 등 프리미엄 제품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분위기다.
 
25일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우유 가격(1ℓ 기준)은 2.10달러로 전 세계 9위다. 이는 물가가 높은 국가로 꼽히는 스위스(2.01달러, 14위), 캐나다(2.00달러, 15위), 미국(1.18달러, 64위)보다도 비싸다. 지난해 원윳값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동결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흰 우유 가격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가격은 소비 행태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원유 가격 상승 여파로 지난해 수입 멸균우유 소비가 크게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4만8671톤(t)으로, 전년보다 약 30% 증가했다. 이는 2021년 2만3198t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내 기업들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꼽히는 ‘A2 우유’로 생산 체계를 점차 전환할 계획이다. A2 우유는 A2 단백질을 가진 젖소에서 얻어져 일반 우유보다 소화가 편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전량을 A2 원유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A2 플러스 우유 같은 고품질 제품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제품 공세에 맞서 품질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매일유업은 제품 다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아몬드브리즈, 어메이징오트, 매일두유 같은 식물성 음료를 비롯해 성인 영양식 ‘셀렉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유제품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화가잘되는우유, 상하목장 등 프리미엄 유제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식물성 음료, 커피,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식품 포트폴리오로 소비자층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역시 체질 개선과 신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체질을 강화하는 동시에 건강기능식품과 단백질 음료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아 무관세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고품질 원유를 기반으로 기능성과 프리미엄을 접목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락토프리, 고단백, 저지방, 저당 등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초코에몽 Mini 무가당’, ‘테이크핏 몬스터’, ‘과수원 제로슈가’, ‘불가리스 설탕무첨가 플레인’,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산양유 단백질’, ‘불가리스 플레인 요거트’ 등 신제품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