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담동 MCM 하우스가 놀이터로 변신했다. 프리즈 위크 2025의 시작과 함께 개막한 ‘BE@RBRICK in MCM Wonderland’ 전시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거대한 베어브릭과 아방가르드 모자가 관람객을 맞으며, 패션과 예술, 스트리트 컬처가 교차하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는 오는 3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글로벌 럭셔리 패션하우스 MCM은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브랜드의 문화 혁신 유산을 이어가는 동시에 차세대 럭셔리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큐레이션은 메디콤 토이(MEDICOM TOY)의 CEO 타츠히코 아카시가 맡았으며, 아티스트 노부키 히즈메, 켄 야시키, 일본 전통 공예 브랜드 인덴야가 각자의 방식으로 베어브릭을 재해석했다.
전시장 1층에서는 밀리너리(모자 제작)의 거장 노부키 히즈메가 선보인 작품이 눈길을 끈다. 베어브릭 위에 오트 쿠튀르 기법으로 완성한 모자를 얹은 설치 작품은 실루엣과 정체성이 교차하는 초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3층으로 올라서면 코스모스 꽃밭 속에 자리한 베어브릭이 시선을 붙잡는다. 켄 야시키가 2016년 선보였던 작품 ‘PAUSE-Usa Us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일본 전통 공예 브랜드 인덴야는 고슈 인덴 기법을 활용해 MCM의 시그니처 비세토스 모노그램을 베어브릭 위에 새겼다. 사슴가죽 위에 옻칠을 더하는 기법은 따뜻한 질감과 깊이를 살리며 전통 장인정신과 현대적 디자인을 동시에 드러낸다.

MCM 최고 브랜드 책임자 디르크 쇤베르거는 “MCM이 올해도 프리즈 위크의 파트너로 함께 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며 “이번 전시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 현대 예술과 문화와의 지속적인 교류이자, 차세대 럭셔리와 경험적 디자인에 대한 MCM의 헌신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수집 예술과 럭셔리, 상상력, 정체성이 교차하는 새로운 시각 언어를 제시하는 대화의 장으로, 방문객을 환상적인 창의성의 공간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한정판 베어브릭과 굿즈도 함께 선보이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경험을 제공한다. MCM은 빠르게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며 브랜드 차별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MCM은 △메타버스와 디지털 시대 △실용적 럭셔리 △반려동물과의 삶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고, 실제로 메타버스와 AI 활용 영역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당시 MCM 브루너 GBCO는 “새로운 영상 캠페인을 제작할 때는 AI를 사용해 이미지와 영상을 구현했다”며 “올해 말 롯데이노베이트의 메타버스 ‘칼리버스’에 입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AI를 활용해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면 시장 반응이 저조해 재고로 쌓이는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체 매출 가운데 이커머스 비중이 이미 30%에 달한 만큼 디지털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MCM은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한 여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MCM은 ESG와 장인정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세대와의 접점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전통 명품들이 여전히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가는 반면, MCM은 실험적 협업과 디지털 전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특히 프리즈 위크 같은 글로벌 아트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브랜드를 단순 패션하우스가 아닌 ‘문화 플레이어’로 포지셔닝하는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과 예술 협업이 화제성은 크지만, 실제 매출과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결국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MCM이 전통 럭셔리와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얼마나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