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베팅한 아워홈…‘급식 1위’ 삼성웰스토리 독주 흔든다

1200억 베팅한 아워홈…‘급식 1위’ 삼성웰스토리 독주 흔든다

기사승인 2025-09-02 11:00:05
아워홈 전경. 아워홈 제공

아워홈이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 사업을 인수하며 급식업계에 ‘빅2’ 구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업 구내식당을 중심으로 입지를 넓혀온 아워홈은 이번 거래를 통해 단숨에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1위 삼성웰스토리를 추격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이 신설한 자회사 고메드갤러리아는 지난달 28일 신세계푸드와 단체급식 사업 양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대상은 산업체·오피스 등 단체급식 사업 전부이며, 규모는 약 1200억원이다. 신세계푸드는 오는 10월1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업양도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단체급식 시장 점유율은 삼성웰스토리(29%)가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아워홈(17.9%), 현대그린푸드(14.7%), CJ프레시웨이(10.9%), 신세계푸드(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아워홈이 신세계푸드 물량을 흡수하면 점유율은 20%대 중반으로 높아져, 삼성웰스토리와 함께 양강 체제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푸드, 왜 급식사업 정리했나

신세계푸드가 급식사업을 정리한 배경에는 포트폴리오 내 비중 축소가 있다. 신세계푸드는 1986년 신세계백화점 특판사업부에서 출발해 급식시장에 진출했다. 1995년에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고, 이후 사업영역을 외식·베이커리·가정간편식(HMR)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급식 부문 기여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하나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올해 1분기 급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고, 외식과 제조·식자재 부문도 각각 2.0%, 8.4% 줄었다. 반면 베이커리 부문 매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신세계푸드는 수익성이 낮고 성장성이 제한적인 급식을 비핵심 사업으로 보고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버거, 식자재 유통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무게를 두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 측은 “신세계푸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사업 재편의 하나”라며 “양사 모두에 시너지 창출과 경쟁력 제고 효과를 가져올 윈-윈(win-win)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오산공장을 찾은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이사. 신세계푸드 제공

증권업계 ‘합리적 결정’ 평가

증권가에서는 이번 매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각은 일시적인 이익 감소보다는 중장기적인 사업부 재편을 위한 초석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그룹 내 비중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외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수년간 가격 인상을 통해 이어져 왔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 연구원은 “이번 매각이 완료될 경우 12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온다. 연간 90억~100억원의 이익이 감소하지만 현금성 자산이 일시에 들어오면서 투자자산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워홈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구내식당 중심 급식을 넘어 프리미엄 시장 확장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인수 주체인 고메드갤러리아는 향후 MICE(회의·전시·컨벤션) 행사, 고급 주거단지, 라이프스타일 F&B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고메드갤러리아 측은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새 시장 개척과 함께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구조조정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매각을 기업의 전략적 사업 재편과 시장 축소에 따른 구조조정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정원호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 매각은 전략적 차원에서 방향성을 정리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며 “급식 업계는 본질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장이라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급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라며 “청년층이 이용하는 학교·기업 급식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노년층 급식은 늘고 있지만, 정부 공공사업 중심이라 단가가 낮아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이 위축되면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신세계푸드 매각으로 업계가 아워홈과 삼성웰스토리의 2강 구도로 재편된 만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