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동남아 신흥국 ‘방산·에너지’ 협력 확대…두드려야 할 ‘돌다리’는

韓, 동남아 신흥국 ‘방산·에너지’ 협력 확대…두드려야 할 ‘돌다리’는

- 한-베트남, 한-인니 경제 협력 가속…APEC 정상회의서 가시화
- 美·中 통상 리스크 속 동남아 관심도↑…인프라 조성 기여
- 베트남 해상풍력 답보, 인니 방산 신뢰 ‘흔들’…“불확실성 해소 必”

기사승인 2025-09-02 06:00:07 업데이트 2025-09-02 06:31:15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8월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베트남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또 럼 베트남 당 서기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동남아 신흥국과의 방산·에너지 등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동남아 시장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오는 10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통해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어 신중론도 제기된다. 

2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재명 대통령은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한국-베트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 따라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 규모 1500억달러(한화 약 208조원) 목표 달성치를 수립하고 과학기술, 에너지, 공급망 등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기준 양국 교역액은 867억달러(약 120조원)로, 양국은 서로의 3위 교역국에 해당한다. 양국은 그간 가전 등 일부 제조업에 집중됐던 교역·협력의 범위를 교통, 방산, 조선,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원전 등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할 전망이다.

베트남과 더불어 인도네시아와의 경제 협력 강화에도 나선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수기오노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을 직접 만나 양국 간 관계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도네시아에는 2300여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기준 인적 교류가 78만명에 달한다. 양국 외교장관은 공동의 관심 사항인 디지털,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등 분야와 방산, 식량안보 및 농업 생산성 향상과 같이 인도네시아의 수요와 한국의 강점이 만나는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현 시점 우리나라가 동남아 신흥국과의 교역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미국, 중국 등 기존 주요 수출국의 통상 리스크가 확대하는 가운데, 동남아 시장의 잠재 성장력, 저렴한 생산비용에 기인한 수출 다변화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신흥국 입장에서도 대규모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방산·조선, 에너지 등 분야에서 한국과 같은 기술력을 가진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교류는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달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에서 “올해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인 APEC 정상회의에 베트남 측의 참석을 요청했고, 당서기장님께서는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언급했다. 베트남이 2년 뒤인 2027년 푸꾸옥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인 만큼, 당서기장의 이번 참석을 계기로 양국의 업무협약(MOU)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지지와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프라보워 수비안도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참석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연합뉴스 

다만 동남아 신흥국과의 방산·에너지 등 교역 확대에 있어 불확실성, 리스크도 상존한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베트남은 2023년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PDP8)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 6GW(기가와트)를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남중국해(베트남동해)를 두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데다 자국 기업 우선주의 정책, 정치적 혼란 등을 이유로 규제 개혁이 지연되면서 당초 수립한 에너지 목표 달성에 실패한 상태다.

실제로 2023년 덴마크의 해상풍력 기업 오스테드(Orsted)가 베트남 대규모 투자 계획을 철수한 데 이어, 이듬해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Equinor)도 발을 뺐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베트남센터 관계자는 “PDP8 목표와 관련해 현재까지 결정된 구체적인 정책 및 투자 승인된 개발사업이 전무하다”며 “이에 베트남은 PDP8 조정안 심의회에서 2030년까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2035년까지 해상풍력발전 용량을 1.7GW까지 확대하겠다고 조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의 진출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인도네시아와의 방산 협력에 있어서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난 2016년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에 공동 참여한 인도네시아는 당초 개발비의 20%에 해당하는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분담금을 줄여달라고 지속 요청했고, 최종적으로는 기술을 덜 이전받는 조건으로 1조원가량 깎아 6000억원까지 줄였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기술유출 수사도 이어져 논란이 더욱 커졌으나, 결론적으로 무혐의 판결이 내려졌다.

문제는 우리와의 분담금을 1조원가량 깎으면서, 동시에 다른 나라의 신형 전투기들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11∼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박람회 ‘IDEX 2025’ 기간에 튀르키예와 5세대 전투기 ‘칸(Kaan)’ 48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으며, 최근 프랑스, 중국 등 무기 수입국 다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과거 국방장관 재임 당시 한국과의 방산 협력을 여러 차례 불안하게 했던 이력이 있다”면서 “신흥국과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단순 수출입을 넘어 인프라 조성 등 교역의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전(全) 산업 신뢰도 제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