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인 한국콜마가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 속에서 성장 기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동시에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경영 안정성에 긴장감이 감돈다.
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83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34억원으로 28.1% 늘었고, 순이익은 650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 매출은 7540억원으로 12% 늘었고, 영업이익은 891억원으로 44% 급증하며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 의약품 부문도 22% 성장했으나, 패키징과 식품 부문은 각각 7%, 10% 감소하며 부진을 보였다.
한국콜마는 특히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2800억원으로 19.6% 늘어나 전체 매출의 20.2%를 차지했다.
중국과 미국 시장 매출은 각각 996억원(+3%), 754억원(+19%)을 기록했으며, 기타 지역 매출은 857억원으로 무려 67% 성장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강화로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안정적 생산 역량과 다국적 고객사를 확보한 한국콜마의 ODM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맞물려 한국콜마는 최근 미국 본토에 콜마USA 제2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제2공장은 연간 1억2000만개 제품 생산이 가능하며, 기존 1공장과 합쳐 연간 3억개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캐나다 법인까지 포함하면 북미 지역 전체 생산 규모는 약 4억7000만개로, 현지 ODM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제2공장은 기초스킨케어와 선케어 화장품을 집중 생산하며, 기존 색조 화장품 중심의 1공장과 함께 미국 내 전 품목 ODM 체제를 완성했다. 특히 FDA로부터 자외선차단제 생산을 위한 OTC 인증까지 취득해, 급증하는 K-선크림 수요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콜마가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구조적으로 해소한 점에서 이번 투자의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성장 엔진은 힘차게 돌아가지만, 내부 기류는 흔들리고 있다. 윤동한 회장 측과 현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경영권 분쟁’으로 본격화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한국콜마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는 지난달 29일 개인 주주 자격으로 콜마홀딩스에 공문을 제출하며 이승화 전 CJ그룹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이 전 부사장이 CJ제일제당 해외 자회사 ‘바타비아’ 경영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 손실을 초래했다는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같은 날 열린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에서는 윤 회장이 제안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안건이 부결됐다. 출석 이사 6명 중 3명이 찬성, 3명이 기권하며 무산된 것으로, 이사회 안건이 부결된 것은 처음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내부 균열이 표면화됐다고 보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0월2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윤 회장이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사내이사 8명, 사외이사 2명 등 총 10명의 신규 이사 선임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과정은 단순한 인사 논란을 넘어 한국콜마의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윤동한 회장 측과 현 경영진 간 힘의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향후 경영 안정성과 투자자 신뢰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ODM 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이미지와 투자자 신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주주총회 결과와 지배구조 안정화 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