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율 3년 만에 인상…재정 건전성 확보 ‘물음표’

건보료율 3년 만에 인상…재정 건전성 확보 ‘물음표’

건보료율 0.1%p 인상…내년 7.19%
2028년 적자폭 1조8000억원 전망
저출산·고령화에 국민 부담 가중
복지부 “재정 지속 가능성 확보 만전”

기사승인 2025-08-28 18:22:35
보건복지부는 28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의결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건강보험료율이 3년 만에 0.1%p(포인트) 인상된다. 2년 연속 보험료율이 동결되고, 경제 저성장 기조로 인해 건강보험 수입 기반이 약화된 데 따른 결정이다.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지출 효율화를 병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26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의결했다. 이번 의결로 내년 건보료율을 올해보다 0.1%p(전년 대비 1.48%) 인상된 7.19%로 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직장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본인부담)는 2025년 15만8464원에서 2026년 16만699원으로 2235원 인상된다. 같은 기준 지역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는 8만8962원에서 9만242원으로 1280원 인상된다.

이전 정부는 고물가 등으로 인한 국민 보험료 부담 여력을 고려해 동결해왔지만, 더 이상 재정이 버티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건보료율은 직장 가입자 기준 7.09%로, 2년 연속 동결됐다. 건보료율은 2019년 6.46%, 2020년 6.67%, 2021년 6.86%, 2022년 6.99%, 2023년 7.09%로 해마다 증가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은 안정적인 상황이나, 그간 보험료율 동결과 경제 저성장 기조로 인해 건강보험 수입 기반이 약화된 상태”라며 “지역·필수의료 강화 등을 위한 새 정부 국정과제 수립에 따른 향후 지출 소요를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인상 필요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재정 상황 악화…2026년 당기수지 3000억원 적자

최근 3년간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흑자를 보이는 등 누적 적립금은 안정적인 상황이라곤 하나, 재정 상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26년에 3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2028년에는 적자폭이 1조8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이보다 더 어두운 예측을 내놓았다. NABO는 ‘2023~2032 건강보험 재정 전망’을 통해 2025년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3조2000억원, 2028년엔 적립금이 소진되면서 누적수지가 -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적자폭은 계속 커져 2032년에는 당기수지 -20조원, 누적수지 -61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건강보험 누적 수지(준비금)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9조7000억원인데,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빠르게 고갈된다는 계산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건강보험 재정 전망.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생산 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건보료 수입 기반도 약화되는 양상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의 총인구 대비 비중은 2023년 11.9%에서 2050년 32.2%, 2070년 40.7%로 늘어난다. 45년 뒤에는 인구 10명 중 4명이 70세 이상인 셈이다.

노인은 생애주기 중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는 계층으로 꼽힌다.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출한 진료비는 48조9011억원으로 전체 진료비 110조8029억원의 약 44.1%를 차지했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44만3000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 215만5000원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인구 증가는 건강보험 급여비 상승과도 연결된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전체 진료비가 6.5% 증가하는 동안 노인 진료비는 8.1% 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65세 이상 노년층의 연평균 급여비 증가율은 10.5%로, 14세 이하 유년층(4.6%)과 15~64세 노동연령층(6.8%)보다 높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비상진료체계 운영은 재정 확보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이미 많은 건보 재정이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보 재정 1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9월 수련병원 복귀를 택한 상황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는 몇 주째 서면으로 대체하고 있다.

“수가제도 개편, 지출 효율화 나서야”

건보 재정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재정당국이 강력한 지출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가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국내 수가제도는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등 모든 개별 의료 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한다. 행위별 수가제는 지불의 정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료 행위가 많을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 탓에 재정을 낭비하고 이른바 ‘3분 진료’나 과잉 진료·검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박효상 기자

과도한 병상도 단계적으로 축소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병원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6개로 OECD 평균인 4.2개의 3배에 달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이제는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지출을 줄이는 방식이 아닌, 고평가된 수가를 재조정하고 지불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령화로 의료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의 하다”면서 “소득 대비 국민이 감당 가능한 범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재정을 배분하는 새로운 지불제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보료율 인상에 따른 시민들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만 20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국민건강보험 현안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건보료가 현재 소득과 비교해 ‘부담된다’는 응답은 77.6%로 조사됐다. 보험료율의 법정 상한을 기존 8%에서 올리는 법 개정에 대해서도 ‘부정적’ 응답이 절반 이상(54.1%)을 차지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보험료율 인상은 서민 삶을 더 팍팍하게 하고, 체납 빈곤층을 늘려 가장 어려운 이들의 건강보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조처”라며 “건강보험 재정은 기업의 보험료 부담을 높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5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처럼 6:4나 7:3으로 분담 비율을 변경해야 한다”라며 “보장성 확대 없는 보험료율 부담 가중은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건강보험료가 꼭 필요한 데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지출 효율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건정심에서 “계속되는 고물가 저성장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신 걸로 안다”며 “적극적인 지출 효율화를 강구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