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정밀 타격’ ADC 신약…셀트리온 개발 가속화

‘암세포 정밀 타격’ ADC 신약…셀트리온 개발 가속화

2028년까지 최소 2건씩 ADC 후보물질 IND 신청 목표
페이로드 ‘PBX-7016’ 적용 연구 계속
“미충족 의료 수요 신약 개발해 빠르게 상업화”
“ADC 개발 성패, 실행력·속도·자금력·인사이트가 좌우”

기사승인 2025-08-28 11: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셀트리온이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항체치료제의 한계를 넘어 암세포만을 정밀 타깃하는 차세대 치료제인 ADC 분야에 적극 투자하면서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특히 자체 플랫폼과 축적된 바이오의약품 개발 경험을 토대로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오는 2028년까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개선한 9개의 바이오베터 ADC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에 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핵심 후보물질 3종은 다음 달까지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이후 내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매년 최소 2건씩 ADC 후보물질에 대한 IND를 신청할 방침이다.

ADC는 항체에 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약물(페이로드)을 접합체(링커)로 결합한 복합체로, 특정 표적 세포에 약물을 전달해 기존 치료법에 비해 정확하고 강력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DC는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현재까지 출시된 의약품은 10여개에 불과하지만, 치료하기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았던 여러 난치암 치료에서 ‘게임 체인저’로 활약하고 있다.

ADC 시장은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유방암 ADC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가 출시 5년 만에 수조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급 실적을 내보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ADC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0억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에서 8년 만에 10배로 성장해 2023년 약 100억달러(약 14조원)가 됐다. 2028년까지 280억달러(약 39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 ADC의 차별점은 페이로드다. 기존 캄토테신(Camptothecin) 계열의 높은 독성 빈도를 개선하기 위해 신규 토포이소머라아제(TOP1) 저해제 페이로드 ‘PBX-7016’을 적용했다. TOP1 저해제는 DNA를 손상시켜 암세포를 사멸하고 확산을 억제한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ADC 바이오베터 개발 전략은 이미 임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항체와 링커를 활용하고, 페이로드를 변경해 차별화하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이 같은 전략은 기존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험을 활용해 신약 개발로 진입하기 위한 유효한 방안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PBX-7016이 적용된 ADC 후보물질은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대장암 등 고형암을 겨냥해 개발 중인 ‘CT-P73’이다. CT-P73은 전임상에서 우월한 약동학적 특성을 확인했다.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낮은 독성과 우월한 효능을 토대로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치료지수 측면에서 유의미한 수치를 도출했다. 예상되는 IND 승인 시점은 오는 9월이다.

PBX-7016은 셀트리온의 다른 ADC 후보물질 ‘CT-P70’과 ‘CT-P71’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됐다. 위식도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CT-P70은 암세포에서 활성화돼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를 표적으로 한다. 현재 고형암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에 진입했다.

방광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CT-P71은 요로상피세포암(방광암)에서 기존 치료제인 ‘파드셉’에 내성이 생긴 환자군을 타깃으로 최근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았다. CT-P71은 단백질 ‘넥틴-4(Ncetin-4)’를 타깃으로 해 확장성이 크다. 이중항체인 ‘CT-P72’의 경우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와 면역세포 표면 단백질 CD3를 동시에 표적한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셀트리온 사이언스&이노베이션 데이 2025’에서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부문장이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제약은 기존 페이로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ADC 플랫폼 ‘CTPH-02’도 개발 중이다. CTPH-02는 기존 페이로드에 다른 작용 기전의 신규 페이로드를 결합한 이중 페이로드 형태다. 이중 페이로드는 단일 페이로드 대비 암세포에 더욱 강력한 세포독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 항체를 접목하면 표적에서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셀트리온제약은 HER2 항체인 ‘트라스투주맙’에 MMAE(미세소관 저해제)와 새로운 페이로드를 결합했다. 그 결과, HER2 발현이 높은 세포주뿐 아니라, 발현율이 낮은 세포주에서도 강한 세포독성을 나타냈다. 이를 토대로 △최대 내약 용량 증가 △최소 효능 용량 감소 △환자군 확장 △약물저항성 감소 등을 목표로 CTPH-02 개발을 이어갈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ADC 플랫폼을 발전시켜 같은 기전의 치료제 중 가장 우수한 효과를 가진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 신약을 개발하고, 향후 다른 파이프라인에도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22일 국내외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열린 ‘셀트리온 사이언스&이노베이션 데이 2025’에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항암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치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해 빠르게 상업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ADC 개발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링커 기술 보유 여부가 성공의 열쇠였으나, 현재는 다양한 링커·항체·페이로드 조합과 임상적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기술 소유보다는 실행력·확장성이 중요해졌다”면서 “따라서 향후 ADC 개발의 성패는 실행력, 속도, 자금력, 인사이트가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