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430조원 퇴직연금…“국민연금과 병행해 개혁 필요”

잠자는 430조원 퇴직연금…“국민연금과 병행해 개혁 필요”

기사승인 2025-08-25 13:51:26
개인형 퇴직연금(IRP) 창구. 연합뉴스

초고령화 사회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민연금 소득보장기능 강화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포럼(2025년 여름호)에 게재한 ‘국민연금 모수적 개혁 이후 구조개혁 과제 검토’ 보고서를 통해 “퇴직연금 제도를 무시하고 노후 소득정책을 설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내년 3월부터 소득대체율(43%)이 상향됐지만,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만 퇴직연금에 쌓인 돈은 57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인 56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큰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규모는 430조원을 넘어섰다. 

노후 자금으로서 기능해야 할 퇴직연금 제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현재 퇴직연금 제도는 ‘노후 연금’이라기보다 ‘중간 정산금’이나 ‘목돈 인출 창구’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거대한 퇴직연금 제도를 무시하고 전체적인 노후 소득보장정책을 설계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퇴직연금은 많은 가입자가 중도에 자산을 인출하는 문제가 존재했다. 특히 이직 시 별다른 제약 없이 해지가 가능한 탓에 노후 자금이 조기에 소진될 위험이 크다. 

퇴직연금의 저조한 운용 수익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 초반대에 그쳤다. 국민연금 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5% 후반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정 교수는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한 수준으로, 사실상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저수익의 근본 원인으로 현재의 ‘계약형’ 지배구조를 지목했다. 금융기관이 주도하고, 비전문가가 투자를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수익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해법으로는 전문가가 운용을 전담하는 ‘기금형’ 체제 전환을 제시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운용의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도 허점 보완도 주문했다. 중간정산과 일시금 지급을 제한하고, 1년 미만 단기 근로자도 퇴직급여 제도에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퇴직연금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국민연금과 합쳐져 약 18∼20%의 추가 소득대체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 개혁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만드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잠자고 있는 431조원대의 퇴직연금을 깨우는 것이 진정한 연금개혁의 완성을 위한 당면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