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2년 연속 2% 밑돈다…저성장 고착화

韓 경제, 2년 연속 2% 밑돈다…저성장 고착화

정부·한은·KDI ‘올해 0%대·내년 1%대’ 전망
美 반도체 관세 변수 겹쳐…불확실성 확대

기사승인 2025-08-24 14:00:50
지난 2022년 경기 의왕시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성장잠재력이 부실해진 데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모두 2%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월 정부가 내놓은 수치(1.8%)의 절반 수준으로, 건설업 불황 등 영향을 받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예측됐다. 충격 이후 기저효과 영향으로 반등했던 과거 성장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컨대 2020년에는 0.7% 뒷걸음쳤다가 바로 다음해 4.6% 뛰어올랐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0.8%로 떨어졌다가 곧이어 7.0% 급등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4.9% 하락했다가 1년 만에 11.6% 치솟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저효과의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실질 GDP 성장률은 내년까지 2년 연속 2%를 밑돌게 된다. GDP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5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보다 앞서 저성장 전망을 내놨다. 두 기관은 각각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0.8%, 1.6%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0.8%, 1.8%로 전망했다. 정부·중앙은행·국내외 기관 모두 ‘2년 연속 2% 미달’ 저성장 전망에 이견이 없는 셈이다.

올해 0%대 저성장의 기저효과에도 내년 성장률 반등세가 미미한 이유는 ‘수출 부진’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민간소비(1.7%)와 건설투자(2.7%)는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수출은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관세와 상호관세 영향이 크다.

문제는 이번 전망에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반도체 품목관세 100%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자국 내 공장을 짓는 반도체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도체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내년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