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이 확정됐지만, 정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생 회복을 내세워 출범한 여야 대선 공통공약 협의체마저 사실상 발을 떼지 못하는 상태다. 거대 양당의 대립 속에 협치는 사라지고, 민생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여야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고려해 8월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을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절차적 합의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방송 2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처리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이들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로 맞대응을 선언했다. 일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쟁의 굴레는 여전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여야가 띄운 대선 공통공약 협의체마저 멈춰섰다. 지난달 출범 당시만 해도 여야는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감염병예방관리법, 경계성 지능인 지원법 등 11개 법안을 우선 제안하며 속도를 내는 듯했으나, 국민의힘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양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즉, 정책 결정권자가 교체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개점휴업의 근본 원인은 협치 의지 부족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취임 직후 “내란 사과와 반성 없이는 협치도 없다”고 못 박으며 국민의힘 수장과의 예방을 거부했다. 국민의힘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유력 당권 주자들까지 정 대표를 ‘극좌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악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맞서는 중이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정 대표가 국민의힘과 상종을 안 한다고 한 상황”이라며 협치 불발의 책임을 돌렸고,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꾸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양당 수장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한 정책위 차원의 논의가 진전될 리 없다. 양측 모두 한 치 물러섬 없이 대결 구도를 고착화하고 있다.
내란 청산이 국민의 요구라면, 민생 회복 또한 분명한 국민의 요구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립만 거듭된다면 협치의 공간은 더욱 좁아지고 정쟁만 남게 된다.
협치의 효과는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지난달 여야가 상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하자 코스피가 급등하는 등 시장은 즉각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총선에서 공통공약 협의체를 통해 민생 법안이 통과된 사례도 적지 않다. 협치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실질적 성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으로 국회 일정은 숨 가쁘다.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고, 11월부터는 예산 정국이 시작된다. 여야의 정치적 충돌 격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9월 정기국회는 민생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추석을 앞두고 민생 법안을 합의 처리하지 못한다면, 정치는 또 국민을 외면한 채 자기 진영만을 위한 싸움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일은 일대로 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던 이재명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이렇게 말했다. 오는 9월이 협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