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한의계 모두 반대하는 의료일원화 카드 오히려 역효과 만들어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최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를 의료일원화와 연계해 해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며 일촉즉발(一觸卽發, 조금만 건드려도 곧 폭발할 것 같은 몹시 위험한 상태)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논란은 의료계와 한의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정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렇지만 의사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된 뒤 의료일원화와 연계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의료일원화 문제는 내부논의도 안 된 문제이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번 장관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며 ‘국민과의 약속 저버리고 결국 의사 편에 서버린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인천광역시한의사회는 최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의료일원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의 무책임한 발언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국민과의 약속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의 해결을 뒤로한 채 양의사단체의 입장만을 대변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천한의사회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헌법재판소 판결, 국회 요구뿐 아니라 정부가 선정한 대표적인 규제 기요틴 과제”라며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면 양의사들이 파업을 할 것’이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함으로써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기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양의사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모두가 우려했던 양의사 출신 장관으로서의 한계를 결국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해야 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인 보건복지부장관이라면 특정직역단체의 목소리나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의사 출신 장관은 의사협회와 연관된 행정에 있어 공정한 정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 앞에 인정하고, 스스로가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 자격미달임을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부산광역시한의사회도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기기 하나를 허가하면 또 다른 의료기기가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양방해계가 파업한다고 난리가 날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양한방 통합으로 해결해 보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의사 출신 장관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한의사회는 “정진엽 장관은 분명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찬성한다’는 의료계 통합과 화합의 메세지로 장관직을 시작했지만 얼마 되지 않은 지금 벌써 말을 바꾼 것은 국민을 향한 행정이 아니라 정치적 행보를 밟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장관은 정치인이 아니며, 무엇이 국민을 위한 행정인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의계와 양의계는 첨예한 갈등으로 서로 통합해 의료일원화가 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임을 장관 스스로가 잘 알 것텐데 의료일원화가 되고 난 후에 의료기기를 서로 공유하면 되지 않겠냐는 말은 본인의 재임시절에 복잡한 일은 하기 싫다는 ‘미루기’식 발언에 불과하다”며 “그것이 정 장관의 묘수(妙手)라면 반드시 독수(毒手)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 장관은 국민의 건강과 편의가 분명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정책 추진은 멀리하고 동료 의사들의 평판을 선택했다. ‘장관 정진엽’으로서의 역할이 ‘의사 정진엽’보다 우선되어야 함을 잊지 말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는 이번 정진엽 장관의 발언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문제는 절대 불가하며, 의료일원화와 연계해 허용하는 것 역시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때문에 한때 의사협회가 의료일원화 논란을 지폈을 때 일선 의사회원들로부터 상당한 지탄을 비롯해 사퇴촉구까지 받은 바도 있다.
의료계와 한의계 모두 반대하는 의료일원화를 공식자리에서 발언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kio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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