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울리는 표적항암제 내성…‘자가포식 억제’로 잡았다

암 환자 울리는 표적항암제 내성…‘자가포식 억제’로 잡았다

기사승인 2025-10-30 09:49:08
김지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가톨릭대학교 중앙의료원 제공

김지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폐암 표적항암제의 가장 큰 한계인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병용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알펠리십(Alpelisib)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암세포의 생존 기전인 자가포식(Autophagy)을 억제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자가포식은 암세포가 항암제 공격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손상된 성분을 분해·재활용하는 일종의 방어 기전이다.

연구팀은 자가포식 억제제 클로로퀸(Chloroquine)을 알펠리십과 병용 투여한 결과, 세포 및 동물 실험에서 암세포 사멸이 크게 증가하고 종양 성장과 전이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표적항암제와 자가포식 억제제를 결합해 암세포의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 공략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 약물의 새로운 용도를 찾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의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클로로퀸은 이미 말라리아 치료제로 오랜 기간 사용돼 안전성이 입증돼 있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번 전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PI3K 유전자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알펠리십-클로로퀸 병용 요법의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발굴에도 나설 예정이다.

김지윤 교수는 “클로로퀸으로 암세포의 방패 역할을 하는 자가포식을 제거해 항암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했다”며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 조합인 만큼 실제 폐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