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의 시작 ‘청소년 비만’…“질환으로 접근해야 예방·치료 가능”

성인병의 시작 ‘청소년 비만’…“질환으로 접근해야 예방·치료 가능”

청소년 비만율 2015년 7.5%→2024년 12.5%
복합적 만성질환으로 청소년 비만 문제 심화
“부모의 지지, 모든 연령대서 비만 치료에 큰 영향”
‘위고비’ 제한적 급여 적용 주목…“영양 상담·교육 우선”

기사승인 2025-10-29 06:00:08
홍용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대현 기자

최근 국내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이 빠르게 증가하며 주요 공중보건 과제로 떠올랐다. 청소년 비만율은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어 입시 경쟁 중심의 사회구조와 불규칙한 생활습관 문제와 연결돼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의 출발점인 청소년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환경적 지원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용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만은 그 자체로 다양한 대사질환의 발병 원인이 되는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검사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조기 개입을 통해 더 심각한 질병으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소아청소년 비만은 증가 추세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2015년 7.5%에서 2024년 12.5%로 10년 새 약 1.7배 증가했다. 한국·중국·일본·대만의 5~19세 청소년을 비교한 조사에서도 한국 남아 43.0%, 여아 24.6%가 과체중·비만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비만의 원인은 신체활동 시간 감소,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고당분·고열량 식품 위주의 간편식 섭취 등 만성화된 생활리듬 붕괴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생활패턴은 의학적·사회적 문제를 초래하는 복합적인 만성질환으로서 청소년 비만을 심화시키고 있다.

‘학업 중심의 생활 방식’도 청소년 비만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아이들이 학교 일과 이후에도 학원 등의 학업 일정을 이어가며 신체활동을 할 시간이 부족해졌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실제 진료실에서 아이들이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말할 정도”라며 “학업 일정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기 어렵고,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늦은 시간 귀가해 야식을 먹는 등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청소년 비만의 무서운 점은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지방간 등의 동반질환은 물론 성장 부진과 삶의 질 저하와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홍 교수는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비만이 만성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고도비만 청소년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체중이 100㎏ 이상인 아이들이 적지 않게 내원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다수는 당뇨병 및 당뇨 전 단계, 지방간, 고지혈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비만은 복합적인 문제를 갖고 있어 단일 진료과에서 해결이 어렵다. 가령 심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으로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과체중으로 관절 통증을 호소해 정형외과 진료를 병행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비만이 ‘낙인’으로 작용해 자존감 저하나 교우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불안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지면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적 치료가 요구된다. 

청소년 비만 치료는 나이, 성장 상태, 비만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성장이 활발한 중학생은 무리한 체중 감량보다는 체중 유지에 중점을 둬 키가 크면서 비만도가 자연스럽게 개선되도록 유도한다. 반대로 성장 마무리 단계에 있는 청소년은 보다 적극적인 체중 감량을 목표로 세운다.

청소년 비만 치료에서 의사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홍 교수는 “가정 내 분위기 조성과 부모의 지지는 모든 연령대에서 비만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자녀의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부모는 치료를 설득하기조차 어렵고, 반대로 치료 의지가 있더라도 부모와 아이 모두 비만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해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부모가 치료를 방해하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면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특히 초등학생까지는 부모의 개입이 절대적이며, 중·고등학생 시기부터는 부모의 직접적인 영향력은 줄어들고 아이 스스로의 자각과 치료 의지가 핵심이 된다”고 조언했다.

비만은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과 생식능력,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도 했다. 홍 교수는 “여성이 2형 당뇨병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앓으면 임신과 출산이 어려워지며, 아이를 낳더라도 산모와 아기 모두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건강한 사회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조기 개입과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치료 적응증을 승인하면서 치료 환경은 급변할 전망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의 주 1회 투여 비만 치료제 허가는 위고비가 국내 최초다.

이번 적응증 확대로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의 30㎏/㎡ 이상 수준에 해당하는 비만 환자이면서 체중이 60㎏을 초과하는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해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과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요법으로 투여할 수 있다. 다만 청소년 환자 가운데 주 1회 위고비 2.4㎎ 또는 최대 내약 용량으로 12주간 투여한 후 BMI가 최소 5% 이상 감소하지 않은 경우엔 위고비 치료를 중단하고 재평가해야 한다.

위고비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대해선 향후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현재 건강보험 체계에서 비만 단독만으로는 진료나 영양 상담 등에 대한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홍 교수는 “비만으로 진단됐더라도 동반질환이 없으면 의료 서비스 접근에 제약이 생길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면서 “약물치료는 고도비만이나 동반질환 보유 여부에 한해 제한적인 보험 적용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우선적으로는 질환 발생 전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라며 “특히 중·고등학생 시기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건강한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영양 상담과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