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욕심에 건강 위협받는 아이들…10명 중 3명 “성장보조제 사용”

부모 욕심에 건강 위협받는 아이들…10명 중 3명 “성장보조제 사용”

아들180㎝·딸166㎝ 바라는 부모
만 5~6세 미취학 아동, 어릴 때부터 영양제 복용
55.7% “아이 잠자기 직전까지 전자기기 사용”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중요”

기사승인 2025-10-23 12:02:06
대한소아내분비학회는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바른 성장 및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대현 기자

학부모 10명 중 3명은 자녀의 키 성장을 위해 성장보조제를 구매해 복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대신 성장호르몬이나 성장보조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는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만 5세~18세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바른 성장 및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아이의 바른 성장에 대한 부모의 인식을 비롯해 생활습관과 식습관 등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인 생활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2016년 학회 대국민 설문 조사와 비교해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학부모 10명 중 3명은 키를 키우기 위해 자녀에게 키 성장 보조제(28%) 및 칼슘(33.9%), 비타민D(32.4%)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만 5~6세 미취학 아동의 경우 칼슘, 비타민D 섭취 비율이 약 40%로 어린 나이부터 영양제를 복용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래보다 작은 키를 보이는 아이의 경우 키 성장 보조제 사용률이 39.6%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은 부모들의 기대치와도 맞닿아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남성은 평균 180.4㎝, 여성은 평균 166.7㎝까지 성장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이는 현재 한국 성인 평균 신장보다 각각 약 5㎝ 이상 큰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국 사회 전반의 ‘큰 키 선호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응답자 중 18%는 자녀가 ‘성장 관련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 가운데 46.7%는 병원 또는 성장클리닉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관련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게 했다’는 응답은 32.6%였다. 자녀가 운동하게 했다는 답은 15.5%에 불과했다. 키 성장 보조제의 실제 효과에 대해선 응답자의 75.7%가 ‘보통’ 혹은 ‘효과 없음’이라고 답해 기대만큼의 성과는 보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황일태 회장은 “성장은 단기간의 주사나 보조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며 “성장호르몬이나 성장보조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기기 사용, 수면, 운동, 식습관 등 생활습관 전반도 함께 조사됐다. 스마트폰은 응답자의 자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기기였다. 초등학생의 경우 주중에는 43.5%가, 주말에는 66.5%가 하루 2시간 이상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조사에서 20.4%가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던 것보다 2배 이상 증가된 수치다.

특히 주말에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야외활동과 운동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의 전자기기 사용 문제도 심각하다. 미취학 자녀의 31.6%가 주중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해 어린 연령부터 디지털기기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성장 초기 단계부터 전자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장기적으로 성장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잠자기 직전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55.7%에 달했으며, 중·고등학생은 70~80% 수준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비율이 증가했다. 응답자 대부분(77.3%)은 전자기기 사용이 자녀의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으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6%에 불과했다.

수면 부족 문제는 여전히 심각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고등학생의 80% 이상이 하루 8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한다고 응답했다. 성장에 중요한 시기인 초등학생의 36.3%는 하루 8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2016년 조사의 35.2%보다 증가한 수치로 세 명 중 한 명꼴로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지 못했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에도 26.3%가 하루 수면 시간이 8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해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수면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기 이전부터 전자기기 사용 증가와 맞물려 수면 패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운동 부족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55.3%)이 주 3회 미만 운동을 하고 있었다. 여고생의 42.4%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신체활동이 부족한 원인으로는 ‘아이가 너무 바빠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63.5%로 가장 많았다.

식습관 문제도 이어졌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지키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20%였다. 여고생의 40%는 하루 두 끼 이하로 식사했고, 25.4%는 아침을 거른다고 응답해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미취학 자녀를 둔 가정은 약 7.3%가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해상 홍보이사는 “2016년과 2025년 조사를 비교해 보면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문제가 10년간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조사에선 이러한 문제가 미취학 자녀 시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조기 개입과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짚었다. 

이어 “키라는 것 자체가 유전적인 영향도 있지만,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등도 고루 잘 관리해 줘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의 성장 관련 문제가 있을 때는 전문가의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