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통상 장벽’…안팎 리스크에 韓제조업 공동화 가속

‘산업용 전기요금·통상 장벽’…안팎 리스크에 韓제조업 공동화 가속

- 국내직접투자 대비 2배 큰 해외직접투자, 격차 벌어져
- 해외 진출의 개념 아닌 국내 탈출 행보가 문제
-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 인프라 등 경제구조 개선해야”

기사승인 2025-10-16 06:00:32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에 쌓여 있다. 연합뉴스 

국내 산업환경과 대외 통상환경이 동시에 악화하면서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 우려가 가속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는 리쇼어링 정책 역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16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98억9000만달러(한화 약 42조5753억원)로,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130억9000만달러, 약 18조6453억원) 대비 2.3배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 종식 직후였던 2023년 상반기에는 해외직접투자가 국내직접투자보다 2배 높았으나, 지난해 상반기 2.1배, 올 상반기 2.3배로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의 신규 선정 건수도 2021년 25개사에서 조금씩 감소해 2022년 23개사, 2023년 22개사, 2024년 20개사, 올해 8월 말까지는 11개사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난해 ‘유턴기업 지원 전략 2.0’을 발표하며 유턴기업의 범위를 늘리고 조건을 간소화했지만, 올 6월 말 기준 해외로 진출한 신규 법인 수가 2437개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효과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좁은 영토, 신흥국 대비 높은 인건비 등 한국의 특성상, 국내 기업이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그간 일반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현재의 제조업 공동화 우려는 글로벌 통상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경기 및 산업환경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에 기인해 ‘진출’이 아닌 ‘탈출’의 형태를 띤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의 대내적 원인으로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2022년 1분기 kWh(킬로와트시)당 105.5원이었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3년간 일곱 차례 올라 지난해 4분기 185.5원으로 80%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택용(31.4%), 일반용(36.9%) 인상률 대비 2배 이상이다.

지난해 10월 인상 이후 20대 법인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만 연간 1조2000억원 증가했으며,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은 100%를 초과해 원가보다 전기요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산 공급 과잉 등에 따라 장기간 불황을 겪으며 매출이 급감한 철강업계는 총 매출 대비 전기요금 비율이 과거 약 15%에서 25%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을 위한 전기요금의 방향과 과제’ 세미나에서 “독일, 영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조금, 전기료 인하 혜택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 대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 규모가 작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은 미국·중국보다 높고 세계 최고 수준인 프랑스에 육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한편, 대외적으로는 주요국의 통상 장벽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부터 한국 자동차 수입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철강·알루미늄에는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마저 수입산 철강 관세를 50%로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가 유지되면 현대차그룹의 관련 비용이 연간 8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총 31조원 규모의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계열사 현대제철 역시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약 8조5000억원(약 58억달러)을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톤 생산 규모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며, 포스코그룹은 여기에 지분 투자 등 형태로 참여해 현지 생산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국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료 부담과 각종 규제·리스크를 해소하고,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 거점 확대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면서 “위기의식을 갖고 노후화된 경제구조를 혁신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익명을 요청한 제조업 관계자는 “대내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물론, 기업 관련 규제가 강화 기조를 띠고 있어 현재 업황을 고려하면 지원책이 더욱 필요하다”면서 “리쇼어링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단순히 보조금 중심보다는 노동환경, 인프라 개선 등 기업이 돌아올 환경을 함께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