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시행 선언한 LH, 실현 가능성 ‘도마 위’ [2025 국감]

직접 시행 선언한 LH, 실현 가능성 ‘도마 위’ [2025 국감]

기사승인 2025-10-14 21:25:51 업데이트 2025-10-14 21:45:30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한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유림 기자

여야는 14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 방식 실현 가능성에 높은 우려를 제기했다. 인력과 재정 여건 모두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참석한 이한준 LH 사장은 주택 공급 확대 방안과 관련해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LH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부동산 시장의 변동과 관계없이 매년 일정 물량의 주택을 공공에서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9·7 부동산 공급대책’을 통해 LH가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LH는 이를 통해 7만5000호 규모의 주택을 착공할 계획이다. 설계·시공은 민간이 맡는 도급형 민간 참여 방식으로 추진돼, LH는 공공주택의 품질을 민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공공주택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려 민간 브랜드 주택 못지않은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며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을 적극 확대해 자재와 공법을 유연하게 도입하고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간 차별 없는 외관과 마감재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LH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LH의 부채가 220%를 넘겨 존립 자체가 흔들릴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직접 시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매년 수조 원의 이자 비용이 지출되는 LH가 모든 사업을 직접 시행하면 오히려 공공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LH의 기존 사업 지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2020년 이후 사업 승인을 받은 200개 LH 공공주택 단지 중 131곳이 아직 착공되지 않은 상태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LH의 사업 실적을 보면 9·7 부동산 대책을 이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신규 주택 공급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동안 미착공된 주택에 대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LH의 직접 시행을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라는 것은 반비례적인 이야기”라며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질 좋은 아파트와 주거 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마땅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LH가 주택 사업을 직접 시행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이 사장은 “135만호 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정 수준의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현재 LH에서 가장 필요한 인력은 건축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장관께도 이미 말씀을 드렸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사장은 “직접 시행으로 택지 매각 수익이 줄어들면서 공공주택 공급과 지역 균형 발전을 뒷받침해 온 교차 보전 구조의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라고 강조했다.

LH, 철근 누락·안전 관리 논란

이날 국감에서는 LH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철근 누락 사태와 안전 관리 문제도 제기됐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9월25일 이후 철근 누락 관련 업체가 수주한 LH 사업 규모는 4조7307억원이다. 특정 건축사사무소가 20건 이상의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정 의원은 “철근 누락 문제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가 여전히 LH 사업의 수주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해 국감에서도 철근 누락 문제를 지적했지만, 올해 재조사 결과를 보니 여전히 LH 공사 현장에서 철근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LH는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 사장은 “해당 문제는 지난해에도 지적된 바 있어 철근 자재 데이터를 기존 수기 방식에서 전산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감사실을 통해 관련 사항을 철저히 감사하고 결과는 별도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LH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관련 지적도 있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년간 LH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19건”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보면 민간 기업에서 이 정도의 사고가 나면 건설 면허 취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 의원은 “과거엔 LH가 단순히 토지를 민간에 넘기는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직접 시행하는 실질적인 사업주가 됐다”며 “이제는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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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