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 5년, 공직사회에선 왜 작동 안 되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5년, 공직사회에선 왜 작동 안 되나

서울 자치구 대부분 조례 제정
피해자 보호·신고체계는 여전히 미흡

기사승인 2025-10-14 06:00:15 업데이트 2025-10-14 07:50:09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경상북도청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을 포함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공직사회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 대부분이 관련 조례를 갖췄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이 고통을 호소할 창구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고 관료적 조직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분기별로 익명 설문조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자치구들도 관련 조례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서울시와 22개 자치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피해 직원 보호·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과 적용 범위, 기관장의 책무 등을 명시했다. 성동구와 동대문구는 ‘갑질 행위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조례’를 별도로 마련했으며, 성동구는 갑질 피해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송파구만 아직 관련 조례가 없다. 송파구 관계자는 “조례 제정 계획이 없고 정식 신고 절차도 따로 있지 않다”며 “과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시 지침과 구청 내 자체 방침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례 제정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일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았지만 공무원은 별도 규율이 없었다”며 “조례는 공무원들이 스스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고 법적 보호를 요구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례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괴롭힘을 근절하겠다’는 조직의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많다. 오정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시청지부 위원장은 “신고가 접수돼도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어렵다”며 “결국 피해자가 병가를 내거나 장기 휴가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익명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신고자 신원이 퍼지고, 2차 가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 역시 “공무원 사회가 워낙 위계적이고 경직돼 조례가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민간이라면 괴롭힘으로 인식될 상황이 공직사회에서는 ‘업무 지시’로 치부되는 문화도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과 함께 조직 문화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조례와 매뉴얼을 강화하는 건 물론, 무엇보다 기관장의 의지가 중요하고 관리자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윤 대표는 “괴롭힘이 반복되는 경우에만 규율하는 현행 구조부터 바꾸고, 피해자 보호 중심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