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수익률 1위 휩쓴 양자컴퓨팅…기대감 속 ‘상용화 리스크’도

ETF 수익률 1위 휩쓴 양자컴퓨팅…기대감 속 ‘상용화 리스크’도

기사승인 2025-09-26 06:00:18
글로벌 대표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 로고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양자컴퓨팅 산업에 투자하는 ETF가 최근 수익률 상위권을 모두 휩쓸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기술발전을 근거로 양자컴퓨팅 ETF의 성장에 대해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종목 1019개 가운데 최근 7거래일간 수익률 최상위는 양자컴퓨팅 ETF가 휩쓸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선보인 ETF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으로 지난 16일 1만988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2만5185원을 기록해 26.6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수익률 2위는 한화자산운용의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23.80%)이 차지했다. 이어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20.16%), KIWOOM 미국양자컴퓨팅(18.16%), RISE 미국양자컴퓨팅(14.56%) 등이 수익률 상단에 자리 잡았다.

이같은 상승세는 미국 양자컴퓨팅 관련주들이 크게 오른 것에 기인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대표적인 양자컴퓨팅 관련주인 아이온큐(IonQ) 주가는 지난달말 42.74달러에서 24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73.86달러로 72.81% 급등했다. 아울러 다른 관련주인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퀀텀 등도 각각 94.94%, 77.46% 급등했다.

국내 양자컴퓨팅 ETF들은 이들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대거 반영했다. 일례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선보인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ETF는 리게티컴퓨팅, 알파벳, 디웨이브퀀텀, 아이온큐 등 4개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운용 관계자는 “해당 ETF는 양자컴퓨팅 산업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양자 시대를 앞당기는 선두 리더인 10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중첩, 얽힘 등 양자역학이라는 물리학 법칙을 이용해 작동하는 컴퓨터다.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초고속 연산을 할 수 있어 이른바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양자컴퓨팅은 대량의 정보 또는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빠른 속도로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AI), 교통·물류, 우주·항공, 제약·화학, 금융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아이온큐와 우주 분야 양자기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양자컴퓨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아이온큐는 미 에너지부와 계약에 따라 자사의 위성 플랫폼을 활용해 양자 보안 통신의 궤도 시연을 설계 및 구현할 계획이다. 니콜로 드 마시 아이온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MOU는 우주 혁신과 사이버 보안에서 양자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추세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도 미국과 양자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2~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IBM 왓슨연구소를 방문해 양자과학기술 산업 육성을 위한 협력 MOU를 맺었다. 이를 통해 △양자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제공 △연구개발 및 산업 활용 △양자컴퓨터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양자컴퓨팅 ETF 등 관련주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한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가 아이온큐와 우주 양자 통신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터 테마의 상승 랠리가 시현됐다”며 “이는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등 관련 테마 ETF들의 상승세로 이어졌다”라고 진단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도 “9월 들어 국내외 양자컴퓨터 관련주 상승세가 가파르다. 관련 국내 ETF도 크게 올랐다”면서 “올해 들어 아이온큐가 전략적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리게티컴퓨팅도 미 공군과 3년간 580만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양자 기술 관련 투자와 기술 발전,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상용화 여부가 양자컴퓨팅 ETF와 관련주에 부정적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불투명한 상용화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인 사례가 있어서다. 올해 1월8일 아이온큐 주가는 하루 만에 39% 하락한 30.25달러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장중 25.92달러까지 미끄러지면서 47%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당시 아이온큐는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미국주식 보관금액 5위에 해당하는 종목이기도 했다.

해당 거래일에는 다른 양자컴퓨터 관련주인 리게티 컴퓨팅도 45.41% 떨어진 10.0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실스크(-26.22%), 퀀텀컴퓨팅(-43.34%), 디웨이브 퀀텀(-36.13%) 등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매우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는 데 15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초기 단계일 것”이라며 “30년은 아마도 후기 단계일 것이고, 20년을 선택한다면 많은 사람이 믿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상용화에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사례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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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