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구경은 필수 코스”…식지않는 ‘더현대 팝업’ 흥행 [오프라인의 반격③]

“팝업 구경은 필수 코스”…식지않는 ‘더현대 팝업’ 흥행 [오프라인의 반격③]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 속에 오프라인 매장은 위기론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찾는다. 단순 판매를 넘어 체험과 문화를 담은 공간으로 변모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오프라인의 반격] 시리즈는 달라진 전략과 소비자 반응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힘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기사승인 2025-09-17 06:00:24 업데이트 2025-09-17 07:17:43
더현대서울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 ‘샤카웨어’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고객들이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외국인도 찾는 ‘팝업 성지’…트렌트 파악부터 브랜드 발굴까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이 ‘팝업스토어 성지’ 위상을 공고히하고 있다. 팝업 공간이 명품관이나 식당가보다 먼저 고객의 발길을 이끄는 공간으로 부상하며,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새로운 브랜드와 문화를 경험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16일 찾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평일 낮임에도 ‘오픈런’을 위해 대기하는 손님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백화점 입구를 들어서면 명품 매장이나 식당가보다 먼저 발걸음을 이끄는 곳은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다. 여의도역 지하철과 직접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이곳에 더현대서울은 팝업 전용 공간을 조성해 방문객들에게 첫인상을 각인시키고 있다.

팝업 공간에서 만난 30대 A씨는 “최근 ‘라부부 키링’이 유행이라고 해서 팝마트(POP MART) 팝업 매장을 구경하러 들렀다”며 “막상 직접 보니 생각보다 더 귀여워서 소장욕구가 든다”고 말했다.

메인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아이코닉 존’에서는 이날 미국 LA 기반의 스트리트 브랜드 ‘샤카웨어(SHAKA WEAR)’와 프렌치 무드 의류 브랜드 ‘아르토(ARTTO)’ 팝업이 열리고 있었다. 샤카웨어는 지난 11일 문을 열어 이날 마지막 날을 맞았으며 주사위 경품 이벤트와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포토존 등을 마련해 손님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샤카웨어 관계자는 현장에서 “무지 티셔츠가 브랜드의 대표 상품이라 티셔츠를 보고 가는 손님들도 많고 이번 팝업에서는 바람막이나 데님 제품도 예상보다 많이 판매됐다”며 “일주일간 진행했는데 특히 주말에 고객이 몰려 매장이 북적였고 전체 매출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번 기회는 담당 MD와의 미팅을 통해 성사됐는데 당시 ‘매출만 고려하면 여성복 브랜드를 유치하는 게 유리하지만, 백화점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흔하지 않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미국과 한국 모두 매장이 따로 없어 온라인몰 위주로 운영 중인데 이번 팝업을 통해 브랜드 홍보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은 개점 이후 꾸준히 팝업스토어를 확대해왔다. 2021년 2월 개점과 함께 약 100여건의 팝업을 열었고, 2022년에는 210여건, 2023년 440여건, 2024년에도 430여건에 달하는 팝업을 유치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팝업스토어만 220여건에 이른다. 

더현대서울의 팝업 전략은 신규 브랜드 발굴과 인큐베이팅을 통해 소비자 ‘락인 효과’를 높이는 데도 맞춰져 있다. 이날부터는 인큐베이팅 플랫폼 ‘어택(ATTAG)’을 론칭해 주목할 만한 브랜드들을 큐레이션해 소비자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어택 플랫폼에 입점한 ‘피브이(PIV’VEE)’ 팝업스토어는 현장 이벤트 등 다양한 전시를 준비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더현대서울은 피브이를 비롯해 사무엘스몰즈, 엔더슨벨, 드렁크엘리펀트 등 여러 브랜드의 팝업을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피브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어택’을 통해 여러 브랜드 팝업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 첫 주자로 참여하게 됐다“며 ”팝업 기간 동안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에도 입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며 브랜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첫 번째 팝업이라 홍보와 매출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의 1~6층 상설 매장 공간이 개방감을 살려 쇼핑 편의성을 높인 것과 달리, 지하 2층은 다수의 팝업 브랜드들이 연달아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 때문에 목적 구매보다는 공간 자체를 즐기려는 고객들이 이곳을 찾아 팝업스토어를 훑어보며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설계가 됐다.

20대 B씨는 “특정 브랜드 팝업을 보려고 일부러 더현대를 찾는 건 아니지만, 오면 꼭 지하 2층 팝업 공간은 들르는 편“이라며 “올 때마다 새로운 팝업이 열려 있어 신기하고, 한 바퀴만 둘러봐도 요즘 어떤 트렌드가 유행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 지하 2층 화장품 팝업 부스를 방문한 고객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트렌디한 팝업, ‘앵커 테넌트’로…콘텐츠 카테고리도 다양화

팝업스토어는 이제 더현대서울의 앵커 테넌트로 자리 잡아 젊은 세대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 팝업 공간에서 상품을 구매한 2030세대 고객은 300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집객 전략에 힘입어 더현대서울은 지난 2023년 국내 백화점 가운데 최단기간인 개점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당시 매출은 1조994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지난해에는 1조1994억원을 기록하며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의 약 28%를 차지했다. 

팝업스토어 콘텐츠 역시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패션·뷰티 브랜드 중심에서 벗어나 생활용품과 리빙, 엔터테인먼트, F&B(식음료) 등 고객들의 관심이 쏠리는 모든 카테고리가 팝업스토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7월 GS25와 협업해 문을 연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 팝업스토어는 오픈 직후부터 ‘웨이팅 대란’을 일으켰다. 하루 평균 600팀, 약 1500명이 방문해 누적 방문객 3만명을 돌파했다. 같은 달 씽크볼 제조업체 ‘백조씽크’가 마련한 체험형 팝업스토어 역시 약 2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이처럼 판매 자체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브랜드 철학과 제품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더현대서울과 협업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팝업의 흥행도 눈에 띈다. 상반기에는 지드래곤에 이어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팝업스토어를 열어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된 엔터 관련 팝업스토어의 평균 일매출은 약 6000만원으로, 2023년(1500만원)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했다. 단순히 음악이나 굿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팬덤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장으로 자리 잡으면서 백화점 공간 활용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의 공간 경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트렌디한 콘텐츠를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올해도 더현대 서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팝업스토어는 과거 백화점 내 자투리 공간을 채우는 역할에 그쳤지만 최근엔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고객들을 불러 모으는 앵커 테넌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특히 열성적인 팬덤을 지닌 게임·캐릭터·웹툰이나 아이돌 등 IP콘텐츠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팝업스토어가 진행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