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특별자치도가 신생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을 전개 중이다. 도는 지역경제 혁신을 촉진하고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자 단계적 추진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는 특히 ‘전북 혁신성공 벤처펀드’ 1조원 달성을 위해 올해 9개 펀드, 약 2640억원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조성된 전북 벤처펀드는 8533억원 규모에 달한다.
김관영 도지사는 “규모와 실행력을 겸비한 벤처펀드 투자로 지역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면서 “투자 기반의 경제 선순환은 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소멸 위기를 완화하는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투자 생태계 ‘게임 체인저’
벤처·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필수 조건은 관련 인프라 구축과 기업 친화적 투자 환경이다. 정부는 지난해 벤처·창업 육성 정책으로 딥테크 벤처기업 등에 중점 투자하는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펀드(2024~2027년) 조성과 벤처펀드 출자예산 확대를 통해 민간 주도 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 예산은 지난 2023년 3135억원에서 지난해 4540억원, 올해는 5000억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투자 환경의 지역 편차다.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방 투자 여건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사 대다수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는데다 벤처 투자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벤처 투자 비중은 2019년 21%, 2021년 18%, 2023년 27%에 그쳤다. 지역사회 입장에선 창업·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외부 투자 유치와 기업공개(증권시장 상장) 등 성공사례 도출이 절실하다.
이에 전북자치도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혁신성공 벤처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기반으로 도내 벤처·창업기업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뒀다. 또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펀드 운용으로 선순환(출자→투자→회수→재출자) 구조의 투자 생태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도는 벤처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재원과 기존 벤처펀드로부터 나오는 자금을 별도로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중소기업육성기금 투자 계정’을 신설하고 운영 중이다. 이를 뒷받침할 펀드 투자팀도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전북 벤처펀드’ 현주소
민선 8기 들어 결성돼 운용하고 있는 전북 벤처펀드는 17개 펀드, 6428억원 규모다. 민선 7기까지는 6개 펀드, 2105억원 수준이었다. 현재까지 총 규모는 8533억원으로, 2년여 만에 4배 이상 결성액이 증가했다. 단기간에 전국 상위권의 투자 환경을 구축한 셈이다.
전북 벤처펀드 운용사도 2년여 만에 6개사에서 31개사로 대폭 늘었다. 전북자치도는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전북벤처펀드 운용사 컨소시엄’ 구성을 지난해 11월 마친 상태다. 25개 운용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3개 분야의 도내 유망기업에 대해 투자사들이 자금을 한 데 모아 투자할 수 있는 협약체다.
올해는 상반기에 2개 펀드, 300억원 이상 펀드를 결성하고 하반기에 추가로 7개, 2340억원 이상으로 이뤄낼 예정이다. 도는 연내 총 2640억원 이상의 결성액을 목표로 265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도는 매년 200억원 내외로 출자약정을 하는 지자체는 서울, 경기를 제외하면 전국 시도 중에서 전북이 유일하며, 이는 비수도권 시‧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펀드’로 혁신 가속
전북 벤처펀드의 지역 맞춤형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전북은행, 성일하이텍, 비나텍 등 지역 기업 등을 포함한 민간 출자를 유도하고, 시·군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 벤처펀드를 함께 조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군이 100억원, 지역 기업 98억원 등 모두 198억원을 모았다. 시·군과 지역 기업의 협조를 받아 도비를 활용하지 않고 도내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 중개하고 있다. 더불어 시·군의 출자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5월 시·군비를 도 기금으로 전입하는 규정(조례)을 반영했고, 전국 최초로 시의 벤처펀드 출자를 도가 대행하고 있다.
도는 ‘세컨더리 펀드’도 조성 중이다. 지자체의 세컨더리 분야 출자는 전국 최초다. 이 펀드는 기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의 지분을 새로운 투자자가 인수하는 형태를 갖는다.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원활하게 만드는 지분매각 방식이다. 지역 초기 투자사들의 투자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기회가 생겼다는 평가다. 이는 지역의 엔젤과 초기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동화해 초기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속가능 ‘투자 생태계’ 구축
최근 전북 벤처펀드를 활용한 지역 투자 생태계에서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펀드 편성 성과를 보면 혁신성공 벤처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2%에 육박해 자금 회수에 있어 고무적인 상황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자펀드 청산 수익률은 +43% 수준이다.
전북자치도 벤처펀드 투자를 받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4개사로, 앞으로 벤처펀드 결성이 확대됨에 따라 IPO(기업공개), M&A 등 성공사례가 더 많이 도출될 전망이다.
투자 활성화 속에서 예비 유니콘의 출현도 눈에 띈다. 전고체 배터리 소재 기업인 정석케미칼은 전북 벤처펀드 운용사가 30억원을 투자하며, 지난해에만 총 220억원을 유치해 완주테크노밸리 1만평 부지에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지난 2월 포스코기술투자가 사업 협력을 목적으로 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함에 따라 기업 가치가 1063억원까지 성장했다. 이 기업은 예비 유니콘 단계에 발을 들이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예비 유니콘 단계에 들어선 기업은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며, 기업 가치 1000억원 이상의 비상장회사가 해당한다.
김 도지사는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전북 기업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비즈니스 모델 등 경쟁력 있는 요소를 갖춘 전북 벤처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