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배터리 가격…2000만원대 전기차 전쟁 불붙나

무너진 배터리 가격…2000만원대 전기차 전쟁 불붙나

10년 새 5분의 1로... 배터리 가격 추락

기사승인 2025-09-02 06:00:06 업데이트 2025-09-02 14:06:40
수출 대기 중인 전기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2000만원대 전기차’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6년 리튬이온 배터리 팩 가격이 kWh당 80달러(한화 약 11만원)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단가가 낮아지면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가를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배터리 가격 하락세는 이미 뚜렷하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팩은 2013년 kWh당 780달러에서 2023년 139달러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15달러(약 16만원)까지 낮아졌다. 10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데 이어 1년 새 약 20%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저가형 배터리인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일부 제품 기준으로 이미 kWh당 100달러(약 14만원) 선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다. S&P글로벌 모빌리티는 2024년 기준 LFP 셀 가격이 kWh당 약 60달러(약 8만원) 수준까지 내려갔으며, 일부 중국산 LFP 팩은 90달러(약 12만원) 이하로도 생산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BYD와 테슬라 등은 보급형 모델에 이 배터리를 적극 채택하며 시장 평균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값싼 배터리를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략을 바꾸고 있다. 중국 렙모터는 올해 2만달러(약 2700만원) 수준의 ‘스마트 EV’를 내놨고, 미국 Slate Auto는 2만5000달러(약 3500만원) 이하 전기 트럭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국은 보조금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다. 배터리 가격 영향보다는 보조금과 원가 정책 덕분에 2000만원대 전기차가 나오고 있다. 기아 레이EV는 출고가가 2700만원대지만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 적용 시 실구매가가 2200만원 초반대까지 내려간다. 현대차가 연내 출시할 캐스퍼 일렉트릭 역시 보조금이 반영되면 2000만원 초로 체감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중국 BYD는 올해 초 ‘아토 3’를 3100만원대에 내놓으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출시 5개월 만에 1000대가 팔리며 국내 시장 안착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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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배터리 가격 인하가 전기차 판매가에 즉각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하락할 전망인 것은 맞지만 전기차 가격은 배터리 원가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경영진의 의사결정,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기술 발전과 생산 확대가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나 공급망 변수 등 불확실성이 많아 향후 전기차 가격으로 얼마나 반영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도 “배터리 가격 인하가 소비자 체감가로 이어지려면 제작사의 원가 절감 노력과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가격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전기차 가격의 40%가 배터리값인데, 이걸 낮추기 위해 제작사들은 가성비 좋은 주문 생산 업체를 찾아야 한다”며 “중국발 과잉 공급과 리튬인산철(LFP) 확산으로 배터리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고, 3~4년 이후에는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 가격이 비슷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