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전환’ 코스피, 실효성 동반한 정책 추진해야 [취재진담]

‘하락 전환’ 코스피, 실효성 동반한 정책 추진해야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9-02 11:14:03
국내 증시는 몇 년간 뚜렷한 상승세를 시현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왔다. 투자자 사이에서 유행하던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각계각층에 퍼질 정도로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눈물짓던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점 경제 공약으로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천명하면서 일으킨 돌풍은 핵심 국정과제로도 선정됐다. 이 대통령은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를 시장에 피력했다. 

국내 증시는 바로 화답했다. 그동안의 설움을 쏟아내듯 코스피는 신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20일 3년 5개월여 만에 장중 3000p를 돌파했다. 당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경기 부양, 민생 경제 회복에 역점을 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권익 보호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추진이 투자 심리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최근 증시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3200선마저 웃돌던 코스피는 지난달 1.83% 떨어지면서 4월 이후 상승세를 멈추고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유가증권시장 순매수를 유지하던 외국인이 지난달 1조6000억원대 순매도로 돌아선 게 주요했다. 

역설적이게도 이같은 배경의 원인으로 부각된 것이 상법 개정안이다. 당초 증시 상승을 견인할 단초로 평가됐으나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상 등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오히려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은 9월 중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를 예고하고 있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자사주 제도 개선에 대한 토론을 시작으로 추가 상법 개정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관련해 민주당의 김남근 의원(취득 시 1년 이내 소각)과 김현정 의원(취득 즉시 소각)이 발의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문제는 3차 상법 개정안도 뚜렷한 명과 암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사주 의무 소각은 기보유 물량 출회(오버행) 우려를 해소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투자 심리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다만 기업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일례로 SK는 지난 2003년 글로벌 헤지펀드 소버린이 경영권을 위협하자 자사주를 계열사 등에 넘기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확보해 방어한 사례가 있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투기세력의 적대적 인수합병 움직임을 막기가 어려워져 페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자가 만난 전문가 대다수는 기업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기업 장기 투자 전략과 경영 비전이 흔들릴 때마다 투자 위축이나 고용 감소가 나타날 수 있으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가치 제고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해결 방법으로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도입과 함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또 자사주 소각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감면하는 등 일종의 인센티브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책발(發) 상승 동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각계의 성원을 절충한 안건 도입이 필요하다. 이달 정부와 국회의 행보는 향후 다년간의 증시 움직임을 좌우할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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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