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많아 협의 부담↑”…노란봉투법 통과에 비상 걸린 車업계

“협력업체 많아 협의 부담↑”…노란봉투법 통과에 비상 걸린 車업계

노란봉투법, 자동차 산업 전반에 ‘지각변동’
근로 계약 당사자 아니더라도 '사용자'로 본다
전문가들 "외국계 기업에 한국 시장 이탈 빌미 제공한 셈"

기사승인 2025-08-25 16:28:19 업데이트 2025-08-25 17:31:33
노란봉투법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자동차 산업의 노사 판도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따라 협상 테이블이 완성차 공장을 넘어 부품 하청업체와 대리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관세 부담에 이어 법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경영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사용자’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교섭 대상에서 배제됐던 사내 협력업체·2·3차 부품사 노동자들도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임금과 처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법은 공포 후 6개월 유예를 거쳐 시행된다. 

기업들은 그동안 임금이나 성과 평가, 근무 방식 등에 일정 부분 개입해 왔더라도 직접 고용한 인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 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여겨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원청은 광범위한 교섭 책임을 지게 됐다. 동시에 파업 손해배상 청구는 대폭 제한된다.

관세 리스크에 이어 노란봉투법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업계의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이 통과된 것만으로도 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게 됐다. 지금처럼 경영 환경이 나쁜 상황에서 재계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이번 개정을 계기로 하청업체 노조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원청에 요구를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자동차 산업은 수천 개의 부품업체로 얽혀 있는데 이번 개정으로 부품사 직원들 또한 교섭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정 부품이 조달되지 않으면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추는 만큼 하청업체 관리가 기업 경영 전략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개정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홍 교수는 “새로운 투자가 유입될 가능성은 낮고, 이미 우리나라에 진출한 기업도 당장은 철수하지 않더라도 추가 투자나 설비 확장은 보류할 것”이라며 “결국 개정안이 한국 시장 이탈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이라고 분석했다.

완성차 업계의 불안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행규칙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대응 전략은 세우지 못했지만, 협력업체 수가 워낙 많아 실제 시행되면 협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신차 개발, 그와 관련된 마케팅 논의보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노조 협의에 시간을 더 쓰게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이 부품 협력사뿐 아니라 대리점 영업사원, 정비 인력 등 서비스 단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역시 완성차 본사에 대한 교섭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완성차 업계 전반의 노사 지형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