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실적 ‘턴어라운드’…“부동산 PF 리스크 해소”

중소형 증권사, 실적 ‘턴어라운드’…“부동산 PF 리스크 해소”

기사승인 2025-08-20 06:00:08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하며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그동안 실적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완화와 신사업 확장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중소형 증권사인 현대차증권, SK증권, iM증권, 다올투자증권, 한양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6개사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2427억원이다. 전년 동기 481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셈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한화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실적을 선보였다. 한화투자증권의 반기 순이익은 665억원으로 전년 동기(573억원) 대비 16% 늘었다. 기업금융(IB) 부문의 충당금 설정 부담 완화와 자산관리(WM)·트레이딩 부문 성장세가 호실적을 견인했다. 

iM증권은 부진한 흐름에서 성장가도로 전환했다. iM증권의 반기 순이익은 54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814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을 넘어 고성장을 시현한 셈이다. 

앞서 iM증권은 부동산 PF 대손충당금 적립 여파에 지난해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올 1분기부터 부동산 PF 리스크 완화 효과 등으로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iM증권 관계자는 “상반기 자기자본대비 PF 익스포저 비율은 56%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9%p 축소됐다”라며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 비율도 약 23%p 줄어든 35%를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도 호실적을 냈다. 현대차증권의 반기 순이익은 400억원으로 전년 동기(252억원) 대비 59.1%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362억원)을 상회한 수준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 1152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881억원) 대비 30.8% 늘어난 호실적을 냈다. 특히 채권 중개·인수 부문에서 상반기 누적 6조74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인수해 은행채 리그테이블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비부동산 영역 확대 등을 통해 IB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결과 IB 부문의 반기 순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라며 “올 2분기 기업 일반 신용대출 금융주선, 모듈러스쿨 담보대출 금융주선 등 비부동산 영역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양증권은 전년 동기(259억원) 대비 34% 늘어난 347억원의 반기 순이익을 냈다. 부문별 고른 성장의 영향이다. 부문별로 수수료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599억원을 기록했다. 파생상품거래이익은 40.9% 급증한 1827억원, 금융상품평가 및 처분이익은 30.6% 오른 1336억원을 냈다. 

다올투자증권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올투자증권의 반기 순이익은 319억원으로 전년 동기(216억원 적자) 대비 535억원 증가했다. 사업부문별 영업력 회복과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의 결실이라는 설명이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익스포저 축소와 충당금 부담 완화 등 일부 환입이 손익 개선에 기여했다”라고 밝혔다. 

SK증권도 마찬가지다. SK증권의 반기 순이익은 1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규모 적자(535억원 적자)에서 벗어났다. 금리인하 기대감 등 우호적 시장환경에 따라 고유재산 투자 이익, 관계회사 이익 증가 등으로 손익이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불확실성에 따른 건전성 악화 국면은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PF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시장 안정화, 정리 촉진)과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부동산 PF 정리가 일정 수준 이뤄진 상태”라며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분기 모든 사업장에 대한 PF 사업성 평가를 통해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PF 부실화 부담에 대한 건전성 저하 압력은 상당히 완화됐다”고 판단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등 충당금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면서 실적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라며 “증권사별로 경쟁력을 가진 사업 부문의 성장세를 꾀하는 전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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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