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23년 11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총 두 차례 입법이 좌초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방송법 2개 법안을 먼저 통과한 후 23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의 “노란봉투법이 한국의 아시아 지역 허브로서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말에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일은 정부와 민주당의 확고한 의지”라고 선을 그었다.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법안이 일부 수정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정할 수 없다. 지금은 올라간 대로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국회에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연신 개정안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형동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경제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열고 “노란봉투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라며 “서민과 청년, 수많은 노동자들의 미래를 앗아가는 ‘노사 갈등 조장법’이며 기업을 해외로 쫓아내는 ‘기업 해외유출 촉진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수정을 촉구했다.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사용자 범위 현행 유지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경영상 결정’ 제외 △법 시행 최소 1년 이상 유예 등을 요구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CJ그룹 회장)은 대표로 성명을 발표하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로 확대하고 있다”며 “수십·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노동쟁의 대사에서 ‘사업경영상 결정’은 반드시 제외해달라”며 “산업구조조정·해외투자까지 쟁의 행위 대상이 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정상적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현재 개정안에서 변화 없이 즉각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운동본부)는 같은 현장에서 경제단체의 행동에 대해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윤석열 내란 정부는 노조를 박멸 대상, 반국가 세력이라며 불법 계엄으로 척결하려고 했다”며 “또 국민의힘 김문수는 파업 만능주의, 송언석은 반기업법, 나경원은 청년 일자리 퇴출법이라는 등 황당무계한 거짓 선동이 판을 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준비를 위해서라도 국제 기준에 부합한 노조법 개정을 이뤄내야만 한다. 입법으로 규정하면 다단계 하도급과 간접 고용 구조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이 오히려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래군 운동본부 공동대표도 “(경총이) 사회적 합의를 얘기했지만 그동안에 수차례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며 “모든 정당들은 이번 본회의에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각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는 재계와 노동계 마주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기존에 운동본부가 예정한 기자회견 시간에 앞서 급히 경제6단체가 기자회견을 서며 “시간을 지키라. 빨리 끝내라”는 등의 말이 오갔다. 또 경제6단체가 기자회견장 단상에서 내려가는 길에 운동본부와 마주치며 운동본부 관계자는 “부끄러운 줄 아시라”는 등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신하나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환노위 소속 의원이 경총의 앞잡이가 돼 소통관에서 이런 내용(노란봉투법 반대)의 기자회견을 하는 데 심히 유감”이라며 “손경식 회장은 CJ대한통운에 대한 단체 교섭 거부에 먼저 사과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편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은 △제조업 하청노동자 △민주일반연맹 △청년노동단체 등이 참여했다. 본회의 전까지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건설산업연맹 등도 지속해서 본회의 통과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