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깨운 ‘레전드’ 지소연의 한 마디 “이대로 우승 못 해, 정신 차려” [쿠키 현장]

선수들 깨운 ‘레전드’ 지소연의 한 마디 “이대로 우승 못 해, 정신 차려” [쿠키 현장]

기사승인 2025-07-16 23:12:04
지소연이 16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최종전 대만과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건 기자

한국 여자축구의 리빙 레전드인 지소연의 한 마디가 선수들을 깨웠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6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최종전 대만과 경기에서 지소연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장슬기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동아시안컵 최정상에 올랐다.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처음이다.

경기는 이겼으나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국은 ‘최약체’ 대만을 상대로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답답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대만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지소연은 당시를 돌아보며 “너무 답답해서 비기는 줄 알았다. 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인데 너무 급했다. 이기면 우승하는 상황이 처음이기도 했다”며 “차분하게 경기하자고 했는데, 전반전이 정말 답답했다.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이대로는 우승 못 한다. 정신 차려’라고 소리를 질렀다. 저와 처음 만난 선수들이 놀란 것 같았다. 정신 차리니 후반이 전반보다 나았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대표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건 처음이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20년 간의 대표팀 생활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버텨온 저에게 고생했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세리머니 때 지소연은 트로피를 들고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아무도 트로피에 손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선수단에 ‘트로피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 여자축구 대표팀의 화두는 ‘세대교체’다. 지소연은 14살 어린 정다빈을 언급하며 “다빈이가 굉장히 자책했는데, 자책할 필요가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본인도 실망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옆에서 강하게 푸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소연은 “오늘 페널티킥도 원래 차고 싶지 않았다. 자신 있는 사람있냐고 물어보니까 아무도 대답 안 하더라. 그래서 제가 찼다. 조금 적극성을 가지고 했으면”이라 조언하며 “연습할 때 봤는데 잘 차는 선수가 없더라”고 미소 지었다.

수원=김영건 기자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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