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탄소중립 외친 국토부, 경유 화물차 보조금 1천억 더 썼다

[단독] 탄소중립 외친 국토부, 경유 화물차 보조금 1천억 더 썼다

유류세 인하 탓?…“온실가스 감축 목표 발목 잡지 말아야”

기사승인 2025-07-24 06:00:08
화물차 배출가스 점검 모습. 쿠키뉴스DB 

지난해 화물차에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이 1000억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보조금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단계적 축소 또는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24일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화물차 유가보조금(경유 기준)은 지난해 8788억원으로 전년(7792억원) 대비 12.8%(약 996억원) 증가했다. 화물차 유가보조금은 국토교통부가 지급 및 관리하는 제도로, 연료비 변동에 따른 화물 운송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운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국제 사회는 화석 연료 보조금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유가보조금의 단계적 축소 및 폐지와 함께 친환경 물류 정책 전환이 논의돼 왔다. 그러던 것이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보조금 규모가 다시 증가한 셈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친환경 정책의 퇴보가 아닌 유류세 인하에 따른 영향이란 입장이다. 기름값이 내려갈수록 정부가 메워주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 부담(보조금)은 늘어나는 이중 지출 구조가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유가보조금 총액이 약 1000억원 증가한 것은 유류세 인하율의 변화 때문”이라며 “유류세가 인하돼 판매가가 낮아지면 정부 보조금 부담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유가보조금 지급 방향에 대해 “수천억원씩 경유 화물차에 보조금을 주는 나라에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믿으라는 것이냐”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 수년이 지났다. 하지만 화물차 유가보조금 정책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런 배경에는 물류산업 지원이라는 정책 명분이 있다. 그러나 교통 부문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두 번째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은 “화물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구조적으로 탄소세나 감축 유인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면서 “국토부는 효율적인 물류정책이라고 포장하지만 정책 목표가 탄소중립이라면 해당 기준에 맞춰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문제는 단순한 예산 낭비를 넘어선다. 탄소세 도입, 경유차 감축, 전기차 전환 인센티브 등 친환경 정책 이행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물연대 등 운수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그는 “단순히 돈을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보조금 지급이 계속된다면, 결국 경유차 중심의 구조는 바뀌지 않고 탄소 감축은 요원해진다”면서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거나 전기·수소 기반 차량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려는 로드맵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국토부는 유가 인상이나 경기 악화 등 외생 변수에 따라 보조금 조정을 반복해왔을 뿐, 구조 전환을 위한 정책적 결단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내부적으로 유가보조금 축소 필요성과 친환경 전환 로드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환경부 등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실행이나 공식 발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유가보조금 축소는 장기적 방향으로 협의 중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불가피하게 금액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감축이 ‘전 부처 과제’라면 국토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지금처럼 ‘화물차 없으면 물류가 안 돌아간다’는 논리에만 기대 유류보조금 정책을 방치한다면, 국토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발목을 잡는 부처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일갈했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