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7위까지 주저앉을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이 나왔다. 반면 대만은 같은 기간 38위에서 35위로 세 계단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2년 만에 한국이 대만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IMF는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5962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3만6239달러에서 0.8%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IMF 통계에 포함된 197개국 가운데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7위까지 세 계단 하락한다. 1인당 GDP 세계 순위는 올해 37위에서 내년 38위로 더 하락하는 데 이어 2028년 40위, 2029년 41위 등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대만은 인공지능(AI)발 고성장에 힘입어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4060달러에서 올해 3만7827달러로 11.1%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순위도 38위에서 올해 35위로 세 계단 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에는 4만1586달러를 기록해 1인당 GDP 4만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한국보다 두 해 빠른 진입이다. 또 대만은 5년 뒤인 2030년에는 5만252달러를 달성해 GDP가 ‘5만 달러’ 벽까지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2003년 대만을 제친 이후 22년 만에 역전을 허용하게 된다.
IMF는 이 같은 격차가 반도체 수출 회복과 환율 효과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했다. 대만은 TSMC, ASE 등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AI 칩을 공급하면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정보기술(IT)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기업 투자가 확대되는 등 앞으로도 고속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장기적인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탓에 올해와 내년의 실질 GDP 성장률이 각각 0.9%, 1.8%에 그칠 전망이다. 두 나라의 산업 구조 전환 속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은 10년 전부터 AI·ICT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며 ‘아시아 실리콘밸리’라는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1인당 GDP가 작년 3만2443달러에서 올해 3만4713달러로 늘겠지만, 세계 순위는 계속 40위에 머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1인당 GDP 세계 순위는 내년까지 40위를 기록하다 2027년~2030년에는 42위로 더 하락할 것으로 봤다.
올해 1인당 GDP 세계 1위는 리히텐슈타인으로 23만171달러에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룩셈부르크(14만6818달러), 아일랜드(12만9132달러), 스위스(11만147달러), 아이슬란드(9만8150달러), 싱가포르(9만4481달러), 노르웨이(9만1884달러), 미국(8만9599달러), 덴마크(7만6481달러), 마카오(7만4921달러) 등도 높은 1인당 GDP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