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장애인 고용 1%’ 해결 나선 대학-교육청…“닫혔던 취업문 연다”

‘항공사 장애인 고용 1%’ 해결 나선 대학-교육청…“닫혔던 취업문 연다”

대학-교육청, 장애학생 대학형 전공과 개설
최근 장애학생 3명, 항공 서비스 분야 취업
관계 기관 연계 통한 전국 최초 사례 '눈길'

기사승인 2025-10-16 06:00:31
인하공업전문대학의 '장애학생 대학형 전공과' 수업 모습. 인하공전 제공

 

올해 8월, 인하공업전문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 3명이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지상항공서비스 분야에 채용되면서 업계와 사회 전반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인하공업전문대학과 인천시교육지원청의 협력으로 개설된 ‘장애학생 대학형 전공과’ 교육과정을 통한 ‘전국 최초’ 사례로 꼽힌다. 국내 항공사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이 매년 1%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기업이 아닌 교육청과 대학이 먼저 장애인 고용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항공사 장애인 고용 1%대’ 개선, 이제 시작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있어 항공사 취업은 ‘넘지 못하는 벽’과 같았다. 앞서 쿠키뉴스가 단독보도를 통해 ‘항공사 장애인 고용 실태’를 추적한 결과, 국내 항공사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매년 1%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8월) 항공사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1.446%로,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납부한 부담금만 437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장애인 고용 문제 해결에 나선 기관들이 있다. 바로 인천시교육청과 인하공업전문대학이다.

지난 2023년, 두 기관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 전문 직업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장애학생 대학형 전공과’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계기로 전국 최초 ‘장애학생 대학형 전공과’가 개설됐다. ‘장애학생 대학형 전공과’는 특수학교 전공과 또는 특수학급을 졸업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고등 직업교육 과정이다. 

업무협약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은 △장애학생의 진로‧진학 기회 확대 △장애학생 직업교육 특성화 교육과정 편성·운영 및 인프라 확대 △장애학생 취업 역량 강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인하공전은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항공사 취업 맞춤형 교육에 나서고 있다. 

교육청과 대학의 지원으로 학생들은 항공 예약부터 발권, 전산, 서비스 마인드 함양 등 항공 실무 중심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규학기 중에는 항공예약 발권 실습(30시간)을 받았으며, 방학 중에는 TOPAS(종합 여행 정보 시스템) 자격 취득 과정(40시간)을 통해 다양한 항공 실무 교육 훈련을 받았다. 실제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항공 예약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의 취업 기회의 폭도 확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항공 관련 현장 실습부터, AI 프로그램 교육, 챗GPT 활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교직원 대상으로는 장애인 인식 개선 도모를 위한 장애학생들의 특성과 이해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특수직군이 많아 장애인 고용이 어렵다고 해명했던 항공업계와는 달리 인천시교육청은 대학과 연계해 다양한 항공 직군 취업 기회를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었다.

이소라 인천시교육청 평생교육지원팀 장학사는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취업 맞춤형 전문 교육을 강화해 장애인들의 취업 분야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며 장애학생 대학형 전공과 개설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 변화가 장애인들의 취업 증진부터 사회적 인식 전환, 나아가 사회통합으로 이어져 장애인들의 고용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움의 기회’로 닫혀 있던 항공사 취업문 열다

“항공 관련 현장에 투입돼도 훌륭한 직무 역량을 발휘할 것 같다”

최근 인하공전에서 만난 이휘영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한 항공사 면접관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장애학생들이 ‘장애학생 대학형 전공과’ 교육과정을 통해 항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면접에서 직무 역량을 인정받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최근 장애학생들이 항공사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실무 교육과정에 임하고 자격증까지 취득해 면접에서 실무적 역량을 입증해 얻은 결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교육청과 대학의 연계를 통해 항공사 장애인 채용을 이끌었던 이번 사례가 닫혀 있던 기업의 취업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시도에서의 대학과 교육청, 관계 기관 등의 협력 범위 확대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장애인 고용문제는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국적으로 관계 기관 등의 협력체계 구축이 이뤄져 기업의 장애인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해 책임을 갖고, 기업을 비롯한 관계 기관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