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결항 속출, 피해는 승객 몫?…항공업계, 노선 증편 ‘만전’-운항 관리 ‘뒷전’

지연·결항 속출, 피해는 승객 몫?…항공업계, 노선 증편 ‘만전’-운항 관리 ‘뒷전’

기사승인 2025-10-14 06:00:15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들이 서있다. 연합뉴스 

국내 항공사들이 노선 증편 경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지연과 결항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두고 운항 관리와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확대 일변도’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국제선 노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주당 194회 운항했던 중국 노선을 이달부터 주당 203회로 늘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부터 중국 노선을 기존 대비 주 26회 늘린 주 164회 운항에 나섰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 7월부터 부산발 상하이(푸둥) 노선을 신규 취항(주 4회)했으며, 이달부터는 인천발 구이린 노선을 주 4회 일정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진에어도 오는 22일부터 인천발 구이린 노선을 새롭게 개설해 운항에 나선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최근 일본 기타큐슈와 오키나와 노선을 신규 취항해 운항을 시작했으며, 티웨이항공은 지난달부터 청주발 발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앞선 추석 연휴 기간에도 국내 항공사 다수가 국내선을 비롯한 국제선 좌석 공급을 대폭 늘렸다. 대한항공은 국내선에서 1만여석을 추가 공급했다. 제주항공은 국제선에서 총 234편을 추가 투입하는 등 지난해 추석 연휴 대비 추가 공급 좌석 규모를 하루 평균 약 1800여석 확대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10월 황금연휴와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선 증편은 불가피했다”며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해 실적 반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선 항공편이 대폭 늘면서 잦은 지연‧결항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1시30분 일본 오키나와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진에어 여객기 LJ342편은 기체 결함으로 긴급 회항했다. 이보다 앞선 5일 베트남 다낭 공항에서 이륙해 청주공항으로 향하던 에어로케이 RF535편 항공기가 엔진 이상으로 중국 광저우에 긴급 착륙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국내선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1일 양양발 제주행 파라타 항공기(WE6701)가 30여분 지연됐다. 당시 기내 승무원으로부터 15~20분가량의 착륙 지연 안내를 받았지만, 이보다 10여분 이상 착륙이 늦어지면서 승객 혼선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김포공항 등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의 항공편 지연율이 4년 사이에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공항 지연율은 21.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0년(4.3%) 대비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른 피해 구제 실태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소비자상담센터(1372)에 접수된 항공편 지연 관련 상담은 총 4733건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항공사들이 정비 인력과 안전관리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은 채 증편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정비 인력은 부족한 상황에서 노선 증편 경쟁에 나서다 보니 안전관리 문제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그러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이 떠안게 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항공 운항부터 안전 관리에 대한 강화된 규제와 대응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재 서명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