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보이스피싱 ‘은행 배상’ 초강수…은행권 “악용 우려”

李정부, 보이스피싱 ‘은행 배상’ 초강수…은행권 “악용 우려”

당정 “금융사 무과실 배상제 검토·사기죄 처벌 강화”
은행권, 로펌에 법률 자문

기사승인 2025-09-25 11:33:13 업데이트 2025-09-25 13:19:14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가 24시간·365일 운영을 시작한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통합신고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은행이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하면서 금융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은행권 책임이 과도하고 신종사기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보이스피싱 태스크포스(TF) 출범식과 당정협의를 열고 금융회사들이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책임’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보이스피싱 대책 태스크포스(TF) 간사를 맡고 있는 조인철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TF 출범식 및 당정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당·정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피해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국민 재산을 보호하고자 범죄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 추진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금융회사들이 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책임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보이스피싱 등 다중 사기범죄의 법정형을 상향하고,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추징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도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다. 조 의원은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추징을 강행 규정화하는 등 범죄의 경제적 요인을 원천 차단할 필요성에 상호 공감했다”며 “당정 간 협의를 통해 조속히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금융사의 범죄 예방 전담 인력·설비 의무화 △인공지능(AI) 기반 의심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가상자산 편취 피해액 환급 제도 개선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이 같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이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부분까지 모두 떠안는 것은 법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000억원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연간 피해액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직접 책임이 없는 영역까지 은행이 배상하는 것은 법리에도 맞지 않고, 이를 악용한 신종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며 모럴해저드 우려를 제기했다. 

은행연합회는 해당 제도의 법률적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법무법인 화우를 선임해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연합회의 관계자는 법무법인 선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용역 범위까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은행권은 당국과의 ‘물밑 소통’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국 사정에 밝은 한 은행권 관계자는 “물밑에서 (당국에) 우려를 전달하는 이야기는 오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은 아니고, (정책을) 정할 때 의견 수렴 차원에서 전달하는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