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칩 구조 혁신, 차세대 메모리, 검색 가속 반도체, 수명 관리 기술까지 AI 시대를 이끌 시스템반도체의 미래가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외 반도체 IP 및 시스템온칩(SoC) 업계가 최신 기술과 시장 전략을 공유하는 ‘KSIA·D&R IP-SoC 컨퍼런스 2025’가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글로벌 반도체 IP 포털 디자인앤리유스(D&R)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팹리스·파운드리·IP 공급사와 연구자가 대거 참여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혁신 방향을 논의했다.
AI 반도체의 새 축, ‘칩렛·HBM4·SLM’
올해 컨퍼런스의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로 모였다. △칩렛·UCIe는 확장성을 △HBM4·CHBM는 메모리 혁신을 △실리콘 수명 관리(SLM)은 전력 관리와 안정성을 책임지며 AI 반도체의 새 길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다.
칩렛(Chiplet)은 하나의 거대 칩 대신 작은 칩 여러 개를 조립해 쓰는 방식으로, 발열·전력·비용 문제를 줄일 수 있다. HBM4는 메모리 칩을 케이크처럼 층층이 쌓아 데이터 병목을 해소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다. SLM은 칩 내부에 센서를 심어 전압·온도·성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이른바 ‘반도체 건강검진’ 기술이다.
참석 전문가들은 “세 기술이 함께 발전하면 데이터센터의 비용·전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스마트폰·자동차 등 기기에도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AI 전용 가속기 IP 경쟁 본격화
이날 오전 세션은 인공지능(AI) 연산 효율을 높이는 전용 IP 발표가 집중됐다.
국내 스타트업 디노티시아의 양세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세계 최초의 벡터 데이터베이스 검색 전용 반도체 IP ‘VDPU’를 발표했다. 양 CTO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비정형 데이터 검색이 병목으로 떠오른 만큼, VDPU는 CPU 기반 대비 최대 10배 빠른 속도와 80%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정휘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부사장은 차량용 AI 반도체에 특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하며 “차량 내 연산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저전력·고신뢰 메모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AI 학습·추론에 맞춘 전용 IP 경쟁이 본격화됐다”며 “범용 CPU·GPU 중심 구조에서 맞춤형 가속기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BM4의 한계, 해법은 칩렛과 UCIe
오후 세션의 최대 화두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였다.
최형배 시놉시스 전무는 “UCIe는 칩렛 생태계를 여는 핵심 인터페이스”라며 확장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메이슨 리 이노실리콘 부사장은 “HBM4는 속도와 핀 수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로직 기반 베이스 다이와 UCIe 결합을 통한 커스텀 HBM·CHBM 구상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칩렛 기반 메모리 아키텍처가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양산 검토 단계에 들어섰다”며 “메모리와 로직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AI 서버의 성능·비용 구조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도 ‘건강검진’…SLM으로 수명 관리
한세희 시놉시스 매니저는 칩 내부 센서로 전압·온도·성능을 실시간 관리하는 SLM IP 솔루션을 소개했다.
한 매니저는 “HPC·AI 칩은 순간적인 전력 부하로 서브 마이크로초 단위 전압 불안정이 발생한다”며 “PVT(공정·전압·온도) 모니터링 센서를 칩에 내장하면 전력 마진을 줄이고 최대 20% 전력 절감과 수명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쟁력은 이제 설계 성능뿐 아니라 수명 관리·운영 효율까지 포함한 종합 솔루션에서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