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차’가 사라졌다…운전 안 하는 청년들, 車시장 성장 엔진 꺼지나

‘첫 차’가 사라졌다…운전 안 하는 청년들, 車시장 성장 엔진 꺼지나

‘운전하지 않는 청년’ 늘며 완성차는 위기, 모빌리티는 기회?

기사승인 2025-09-16 06:00:05 업데이트 2025-09-16 11:50:10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않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20대 이하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4년 새 약 28% 감소하면서 자동차 중심의 이동 문화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이하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는 45만2463명으로, 2020년 62만7094명에 비해 약 28% 감소했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시 중심의 1인 가구 증가, 청년층의 경제활동인구 감소, 면허학원 수강료 인상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선 자신들의 주요 이동 수단을 빗대어 ‘BMW(Bus·Metro·Walking) 세대’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한다. 이는 자동차 없이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을 반영한 상징적 용어다.

청년층이 면허를 획득하지 않는 배경 중 하나인 주차난. 쿠키뉴스 자료사진

면허 없는 세대, 완성차는 위기감 

완성차 업계는 청년층의 운전면허 취득 감소가 곧 브랜드 충성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소형차와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MZ세대 마케팅’에 집중해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운전면허 취득자 자체가 줄면서 내수 성장의 발판이 약해지고, 장기적으로는 판매 기반이 30대 이상 또는 B2B 시장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의 면허 취득 감소가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도시는 주차난이 심하고, 20대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면허 취득 비용과 차량 유지비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면허를 따는 사람이 줄면 결국 차를 사는 사람도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과거에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경차를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쌓았지만, 지금은 그런 경로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구조적 전환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청년들의 생활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이다영(28) 씨는 “서울에 살다 보니 운전면허를 딸 생각 조차 안 했다”며 “주변 친구들 중에 면허 없는 친구들이 많은데, 서울은 교통이 워낙 잘 돼 있다 보니 버스와 지하철, 따릉이 등으로 이동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직장인 강태호(31)씨도 면허는 취득하지 않았다. 강 씨는 “필요성을 모르겠다”며 “나중에 가족이 생긴다면 고려해보겠지만, 혼자 사는 입장에서는 굳이 차가 없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영 자전거 '따릉이'. 서울시설공단 제공 

‘비면허 모빌리티 서비스’는 성장 기회 

완성차·렌터카·카셰어링처럼 면허가 필요한 이동 서비스가 젊은 세대에서 한계를 맞는 반면, 면허 없이 이용 가능한 택시·로보택시·전기 자전거 등 모빌리티 서비스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 실제 국내 주요 플랫폼 업체들은 킥보드·자전거를 통합한 구독형 서비스, AI 기반 호출 택시 서비스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정부 정책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출시한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지하철과 버스, 따릉이 등을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K패스’와 ‘MaaS(통합 교통서비스)’ 정책은 철도·버스·택시·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하나로 묶어 이용자가 앱 하나로 통합 결제·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구독제·카셰어링을 넘어 로보택시 사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런 흐름은 ‘차량 소유 중심’에서 ‘이동 서비스 중심’으로 교통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운전면허 없는 세대의 등장은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산업 모두에 구조적 변화를 강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완성차 업계는 브랜드 충성도 형성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단순히 차량 판매를 넘어 ‘서비스형 모빌리티’ 사업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취업과 경제 여건상 자동차 구매가 쉽지 않은 데다, 교통체증 속에서 운전하는 것보다 지하철역 근처 소형 주거지를 선호할 만큼 편리성을 추구한다”며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완성차 업계도 판매 중심에서 구독·셰어링 서비스로 사업모델을 전환하고 있지만, 산업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업계에서 현재 운영 중인 자동차 구독이나 카셰어링을 확산하려면 결국 면허 취득이 전제돼야 한다”며 “완성차 업계가 면허 취득 이벤트나 캠페인을 열어 소비자와의 연결 고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